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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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다비안들께.
주일이네요. 근무라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진 못 하겠네요. 예배 드리는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축복인지, 이제 조금 알겠습니다. 다비안들 모두 기쁜 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도희는 해프닝이 좀 있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배가 조금씩 아프다고 하더니, 수요일부터는 굉장히 아파했습니다. 지난해 6월 제대혈 이식을 받고 숙주반응이라고 해서 이식에 대한 거부반응의 하나로 심한 복통을 겪었기에, 숙주반응이 다시 나타났나 싶었습니다. 모르핀 진통제를 먹어도 배아픈게 그리 나아지지를 않아서 이거 어떻하나 했습니다. 결국 금요일에 병원에 갔을 때, 맹장염(급성이 아니면 조금씩 통증이 심해진다네요)일 수 있다는 진단에, 응급실을 통해 초음파 검사를 받았습니다(이 비용도... 쩝쩝). 맹장염이면 또 입원해서 수술해야 한다는데, 어떻게하나, 차라리 숙주반응이 나으려나, 여러 생각이 머리를 돌고 도는데, 다행히 맹장염도 아니고 숙주반응도 아니고... 배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진단입니다.^^; 모르핀은 오히려 장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르핀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라네요. 좀 의외의 진단이긴 했습니다. 도희가 하루 1~2회 화장실을 잘 갔었고, 거의 매일 산에도 다녀왔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직 다 시원하게 배변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습니다. 애 앞에서 크게 웃을 수는 없지만, ㅋㅋㅋ 웃음이 나옵니다.
지난주 목요일로 저용량 항암 주사를 다 맞았습니다. 금요일 피검사 결과로는, 백혈구 수치는 조금 오르다가 다시 내려갔고, 적혈구는 화요일에 수혈받은게 어느 정도 유지됐고, 혈소판은 다시 수혈받았습니다. ANC(면역력을 보여줍니다)도 다시 내려갔고. 말초 혈액에 있는 암세포는 1%. 한때 21%까지 치솟다가 많이 내려갔습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골수에 암세포가 얼마나 있느냐인데, 말초보다는 많다는게 일반적인 설명이네요. 다만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고 합니다(통상 항암치료를 통해 골수의 암세포를 5% 이하로 잡는 걸 '관해'라고 하고, '관해'가 이뤄져야 '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 '관해'를 만드는게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특히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가 심하게 손상돼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감염에 쉽게 노출됩니다).
다음 치료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의사 선생님은 다다음주 목요일까지 2주간은 저용량 항암주사를 쉬면서 피검사를 통해 상태를 지켜보자고 하시네요. 저희는 한방치료와 면역치료에 더욱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용량 항암으로는 '관해'가 쉽지 않고, 양방으로는 결국 '이식'을 해야하는데, 이전에 말씀드린대로 쉽지 않습니다.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고 재발, 삼발 가능성은 높고. 의학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도희 몸이 암세포를 이겨내고 없애는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는데, 저희는 양방 치료의 가능성과 부작용을 생각할 때, 이 방법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방과 면역 치료법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아니고, 치료 자체에도 몇 달에서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어려움은 있지만, 아이와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다비안들께.
요즘 저는 정용섭 목사님의 설교를 거의 매일 듣고 있습니다. 2008년 설교를 듣고 있는데, 참 좋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의문도 들고, 동의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을텐데, 지금은 아, 그런 말씀이구나,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 저희 집에 이런 큰일이 없었으면 정 목사님의 설교말씀도 사람의 마음과 머리로 해석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유보하거나 마음 한 칸에 밀어놓았을 것입니다. 성경에 정통한 사람도 아니고, 신학에 박식한 사람도 아니라, 정 목사님의 설교말씀에 혹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나님께 더욱 집중하며 온전히 맡기도록 은총을 간구하는 제게는, 많은 위로, 힘이 됩니다.
저는 어느 유명 목사님이 말씀하신 고통에도 뜻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어려움을 주신다는 말씀에도 그렇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저희가 분명히 깨달은 것은, 삶에서 내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란 보잘 것 없다, 정직하게 말하면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그렇기에 오직 하나님께 온전히 맡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길 기도한다는 것, 그리고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이 아니라면 살 수 없다는 것, 이것은 알겠습니다.
다비안들의 사랑과 기도 속에, 하루하루를 잘 보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큰 축복에 감사합니다. 다비안들, 한 분 한 분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지금은 이 글로 대신합니다. 매일밤, 도도 오누이, 아내와 함께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 한 분 한 분과 늘 함께 하시길,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으로 지켜주시길 기도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sg-
의학용어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일단 고비는 넘긴것 같아 다행입니다.
도희가 잘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주님의 뜻은 모르지만 주님께서 함께 하시고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도희 아버님 어머님도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어려운 와중에 도영이도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