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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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 3살이 지난 우리 딸아이에게 양치질을 시키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이가 아프다거나 치약이 맵다거나 하는 변명(?)들로 칫솔을 물고 놓치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런데 지난 달에 양치질과 관련된 동화책을 하나 선물 받았습니다.

 

거기의 내용은 튼튼이 왕국이라는 나라에(입 안) 음식물들이 들어오고 음식물들이 지나간 다음에

충치세균 군단들이 튼튼이 왕국을 공격해서 치아를 부수고, 똥도 싸고 그럽니다.

그러면 이 튼튼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치카치카 군단이 옵니다(치약과 칫솔).

그들이 충치세균 군단을 물리쳐서 튼튼이 왕국을 지킨다는 내용이 글과 함께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 그림에 나오는 충치세균들은 어린이 동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괴물 모양을 하고 삼지창을 들고 있는 검은 물체입니다.

 

그 책을 본 후부터는 양치하기 싫다고 하다가도 이 안닦으면 충치세균군단이 이를 공격할건데..라고 하면

갑자기 자기가 나서서 양치를 합니다.

그렇게 시키기 어려웠던 양치질이 그 동화책 하나로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충치세균군단이 공격할까봐 진심으로 무서워 한다는 것입니다.

 

koko.jpg

또 얼마전에는 코코몽이라는 만화를 보았는데 주인공 코코몽과 친구들이 음식을 남기고 야채들은 먹지 않고 편식을 합니다.

그 남은 음식들을 세균으로 변신시킨 세균킹이라는 나쁜 캐릭터가 마을과 코코몽을 공격합니다.

결국 그 세균킹을 코코몽 로봇이 양파를 먹어서 물리친다는 내용입니다.

 

그 만화를 본 이후부터는 밥 먹이기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우리 딸아이는 밥을 잘 안먹고 한 숫가락 먹고 돌아다니고

야채를 넣어주면 먹다가 뱉기가 일 수였는데 요즘은 야채를 안먹으려고 하거나 밥을 안먹으려고 하면

코코몽에서 코코몽이 야채 안먹고 밥 안먹어서 어떻게 되었지? 라고 하면 갑자기 밥과 반찬을 잘 먹습니다.

그리고 충치세균군단보다 세균킹을 더 무서워 합니다.

세균킹이라는 말만 하면 벌써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처럼 어떤 것을 형상화해서 교육하거나 공포를 심어주는 일은 의외로 우리 삶에서 유용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가 다 썩거나 영양 상태가 말이 아니였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그저 아이들에게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교회에서 목회자나 혹은 교회 지도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신자들을 컨트롤 하려고 합니다. 물론 교회 뿐만이 아니겠지요.

실제로 이 방법이 아이들에게만 먹히는 것이 아니라 나름 지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잘 먹힌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예수님을 잘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들 말합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 건 교회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것이고

지옥은 불이 타오르고 영원히 죽지 않는 고통의 세계라고 말을 합니다.

 

이런 설명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잘 없습니다.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존재 전체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원이라는 공간에서

고난을 받아야 한다니요..

그래서 신자들은 그러한 상태가 되는 것이 두렵기에 신앙생활을 아주 열심히 합니다.

특히나 사이비 단체에서는 더 극심한 상태가 되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죽은 후에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그런 지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지옥의 비유가 있긴 하지만 그건 하나님 나라의 비유를 말할 때와 마찬가지로 비유인 것이지요.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설명이 불가능 할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비유하는 것이 그래도 가장 상상하기 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옥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 된 그 자체가 지옥이지 어떤 특정한 장소가 지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교회에서 저렇게 모두들 이야기 한다면

지금의 한국교회 만큼의 교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옥이 없다는 확신을 가진 후 다시는 교회 근처도 오지 않게 되겠지요.

그런 것들을 염려해서 많은 교회에서 선의로 아이들을 대하는 듯, 신자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목회자 분들 중에서도 성경을 코코몽의 세균맨이 직접있다고 믿는 방식으로 믿는 분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실제 미래의 형벌이 강요되지 않으면 신앙생활의 열심이 떨어진다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아니라고 말씀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지만 그런 유치한 세계이해는 결국 신자의 수준을 아이들 수준에 머무르게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이 두가지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신앙생활을 위해 조금의 선의적(?)인 위협과 형상화가 필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언젠가 스스로 성숙할 것이라 믿고 나몰라라 방관하고 있어야 할까요?

 

저도 신앙생활에 열심을 낼 때는 무엇인가를 형상화 할 때입니다.

하나님을 형상화 한다던지, 지옥을 형상화 한다던지, 고난을 형상화 한다던지..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내 스스로가 너무 유치해서 견딜 수 없을 지점에 도달합니다.

그 때가 되면 지옥이나 그런건 내가 스스로 형상화해 낸 것이니 별로 겁낼 필요가 없으니

스스로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자는 이상한 극단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내 스스로가 너무 열정이 없는 것 같고, 신앙생활이 이래도 되나 싶어서 다시 형상화를 시작합니다.

 

간결하긴 하지만 이게 저의 신앙의 무한 싸이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는 혹은 교회는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는 것일까요?

하나님을 형상화 하지 말라는 계명에 따라 놓아두어야 하는걸까요?

아니면 현실적으로 조금의 닥달이 필요한 것일까요...

 

요즘은 이 고민이 깊군요.

저는 언제쯤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 충치세균군단이 없이도 양치를 스스로 잘 할 수 있고,

코코몽이 없어도 밥을 잘 먹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될까요...

제 주위에 아직도 코코몽과 놀고 계시는 많은 분들을 저는 또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profile

정용섭

2012.01.25 23:24:41
*.185.31.7

와, 신학적인 깊이가 있는 멋진 글이오.

형상 문제가 아주 실감있게 다가왔소이다.

요즘 동생을 본 주희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나 잘 살펴보시오.

profile

프시케

2012.01.26 14:41:02
*.151.204.45

따님이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된다면

스스로 양치를 하고 채소를 먹게 되지 않을까요 ^^

QED

2012.01.28 06:23:01
*.164.213.140

항상 닉네임 때문에 전도사님으로 오해 받으신다던 임마누엘님 안녕하세요.

 

올리신 글을 보면서 항상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신앙생활을 하는 제 모습이 겹쳐져 보입니다.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는 종말 전 세상에서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다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살려면 아무래도 우리 머리가 이에 따르지 못하는가 봅니다.

 

더 정확하게는 우리의 이성이 진리의 참모습을 보지 못할 정도로 어리거나 미완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언제나 그 자리에 맴도는 우리의 능력에 사람의 한계를 늘 체험하기도 하지요.

 

진리의 영이신 성령께서 항상 우리를 감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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