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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노숙자들을 위해서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드릴만한 자격이
저에게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저처럼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옆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고급스러운 신앙 용어를 유창하게 쏟아 내거나
교양 있어 보이려 애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대낮부터 함께 소주를 마시며
아무 내용도 없는 허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인들 아랑곳 않고 길바닥에 함께 누워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그럴만한 준비도 없고 용기도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기도드릴 뿐.
주님,
노숙자들을 위하여 많은 것을 구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바라는 게 없지만
그래도 그들을 대신해서 당신께 간구합니다.
몸이라도 덜 얼게 추위 좀 물러가게 해주십시오.
낮에는 따뜻한 햇볕을 조금 더 주시고
바람은 잦게 해주십시오.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두꺼운 종이 박스 좀 허락해주시고,
가끔 컵라면이나 꿀 차를 주십시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나님 아버지! 오늘 아침 서울은 영하 16도까지 내려갔다는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서울역에서 쫓겨난 노숙자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나마 온기를 찾아 모인 곳 서울역인데, 가진 자들은 이제 그 작은 온기마저도 나눌 생각이 없는지 기차 운행시간이 끝나면 서울역의 문을 닫을 방침이라고 합니다. 영하 16도의 추운 겨울에도 중앙난방식 고급 아파트에서는 더워서 펜티와 난닝구만 입고 거실을 왔다갔다 한다면서요. 저는 그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