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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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느 마징가 블로그에 올려 놓았던 글인데 혹시 마징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세대분들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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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징가를 보고 즐거워했던 그 시절은 '6백 만불의 사나이'와 같은 사이보그 인간이 가능할 것 처럼 보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하는 그런 시대인데 그까짓 마징가 쯤 대통령이 마음 먹고 만들라고 명령하면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쇠돌이같은 조종사를 모집한다면 꼭 응시해 보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태권도'를 열심히 배우고 부모님께 졸라 '무전기'도 사서 연습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 모든 것이 쇠돌이가 되기 위한 나만의 연습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나이 35 세가 됐습니다. 조금은 세상살이에 적응이 되다보니 쇠돌이가 되겠다는 그 집념은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이라는 타향에서 생활한지도 이제 8년이 넘어 버렸습니다.
미국...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나라들은 꼭 한 번 진출하여 자국의 자동차를 팔기를 원하는 거대 시장... 저는 이 자동차의 나라에서 마징가를 얻어 타보기도 하고 조종해 보기도 합니다. "정말 마징가이냐구요?" 물론 진짜 마징가는 아니죠. 제가 말씀드리는 마징가는 바로 일본의 혼다 자동차를 말합니다. 갑자기 초합금 로보트 마징가가 한낱 교통수단에 불과한 자동차로 전락되고마니 사실 제 마음도 무척이나 허전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자동차 특히 혼다의 자동차는 일본이 만들어낸 마징가의 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마징가 만화영화를 제작한 세대들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일본차를 만든 바로 그 세대와 일치합니다. 그리고 마징가를 보고 꿈을 키웠던 그 세대들은 현재 대학에서 공학도로서의 꿈을 품고 있는 일본의 그 세대와 또한 일치하구요. 일본 자동차의 제품 경쟁력과 기술적인 우위는 바로 그 세대들이 이루어낸 다른 모습의 마징가인 것입니다. 현실속에 나타난 사실상의 마징가인 것이죠.
혼다의 자동차 중에서 주력 모델인 '어코드'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헤드 라이트'의 모습은 영락없는 마징가의 눈 그대로 입니다. 비록 자동차에는 두팔과 두다리가 없지만 이 자동차의 전면각이 주는 그 모습은 독특한 각을 가진 마징가의 얼굴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도 빼닮았는지요... 이 '어코드'의 전반적인 느낌은 바로 팔 다리 없는 마징가의 그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본은 그들의 모습을 이렇게 세상을 향해서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 경제 대국 일본의 그 내면에는 마징가가 자리잡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사무라이' 모습의 마징가와 날렵하고 젊은 감각의 혼다 어코드, 왠만하면 부서지지 않는 마징가와 왠만하면 고장안나는 일본 자동차, 그리고 제트파일더의 만화같은 조종석과 깔끔하기로 소문난 일본 자동차의 실내...
이러한 일치감은 바로 그들의 기술 철학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때마다 저는 고민에 빠지고 맙니다. 어릴 적 마징가를 처음 봤을 땐 마징가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진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중에 일본 만화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비하해서 말하자면 "자기를 키워준 부모가 알고보니 자기의 친부모를 죽인 원수였다" 라는 그런 소설속의 이야기 말입니다...
저는 386 세대로 지금까지도 '반공 애국 시민', '친일파 타도' 와 같은 개념에 아주 익숙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아픔을 준 일본제국 주의자들의 '작품' 을 우리 것으로 오인하고 좋아하고 감탄하고 그랬으니 이것이 저의 아픔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저는 아주 큰 슬픔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슬픔을 용서와 배움과 나눔의 자세로 변화시키려 합니다. 일본차를 베끼기에 버거웠던 우리나라가 십 여 년전 당당한 엔진 기술 보유국으로 변모했으며 머지 않아 일본차를 추격할 수 있는 가능성조차 보여 주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우리의 정신이 베어있는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기술, 철학의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징가 제트와 그레이트 마징가 그리고 마징카이져는 일본에서 만들어 졌지만 마징가 4탄은 어쩌면 한국에서 계획되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마징가 4탄을 통해서 한민족의 평화 애호 정신을 외치다보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웠던 것처럼 그들도 우리에게서 배우려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이 베어있는 우리가 만든 우리의 '마징가 만화 영화'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자라면서 꿈을 키운 우리 후손들이 만든 '마징가 자동차' 의 세계 시장 석권...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먼 훗날,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져 우리의 자손들은 만화가 아닌 실제하는 마징가를 자신의 아들의 20세 생일날 선물로 안겨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선물을 전해 줄때는 단지 제트파일더의 조종석 열쇠를 이쁜 상자에 담아 아들 주머니에 쏙 집어 넣기만 하면 됩니다.
저도 부가티 베이론 타고 싶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