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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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오랫동안 다비아에 들어와 좋은 글을 읽는 독자로만 살아오다
오늘은 갑자기 글을 올리고 싶어 용기를 내봅니다.
제 마음을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은데 익명으로 올릴 곳이 마땅치 않아
다비아에 올려봅니다.
음.....
어떤 말부터 해야할런지요....
저는...
시골에서 너무나 가난한 집의 둘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논 몇마지기 있는 걸론 식구들 끼니나 겨우 해결할 정도로 그렇게 가난한 집에서요.
그런 집에서 태어났음 그 분수에 맞게 적당히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어야 마땅했는데
문젠 저와 언니, 제 바로 아래 남동생까지 분수에 맞지 않게 공부를 잘했고
또한 많이 배우지 못한 걸 한으로 여기며 살아오신 저희 엄마가 욕심을 내셔서
저희 4남매의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엄만 저희 4남매를 대학에 보내고 싶은 욕심에
알콜 중독자이신 아빠와 할머니에게 맡겨놓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셨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와 같이 살게되었을 정도로
오랜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콜 중독자였던 아빠와 할머니에게 저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였습니다.
4남매 중에서도 공부를 가장 잘한다는 이유로,
그 때문에 엄마가 떠나 당신들이 고달프시니까
할머니에게 숱하게 많은 구박과 욕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상을 받아온 날은 할머니에게 온갖 욕을 들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구박을 받으며 자란 이가 저 말고 또 있다면
그 사람을 안고 저는 펑펑 눈물을 터뜨릴 것 같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수없이 많은 상처들을 받으며
공부는 잘하나
자존감은 바닥이며 자신감은 전혀 없고 마음은 잔뜩 움츠린 채
너무나 추운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선교단체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비로소
웅크린 가슴을 조금씩 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긴 저의 과거가 아닌데 현재의 저를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약간 구구절절하게 다 지난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졸업을 하고 교회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예쁜 남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대학을 나오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였기 때문에
엄마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결국은 저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엄마를 설득하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주변의 상처되는 시선들을 제가 초월할 수만 있었다면
저는 남편으로 인해 자라면서 받은 오랜 상처들을 치유하게 되었으니
너무 행복했을 것입니다.)
남편은 결혼 후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착하고 자상하고 아이들과 저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며
하나님과 가족, 그리고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아빠를 너무 좋아하고 착하게 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별로 고민이랄 게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남편을
주변에선 존재 자체로 가치있는 사람으로 여겨주지를 않는다는 것이
늘 저에겐 상처이고 아픔입니다.
제가 정말 신실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마저도
남편과는 그다지 친밀하게 교제하려하지 않는 모습들이
제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오로지 하나님만 보며 사는 사람이기에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아 하지만
아내인 저는 너무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교회 사람들이 남편에 대한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는 때가 있었는데
저희 아이들이 뭔가를 아주 잘해 큰 상을 받았다거나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알려졌을 때입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아이들에게 자꾸
아빠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해달라고 종용하게 되었습니다.
머리론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남편이 너무 가여운 마음, 남편이 무시당하는 것에 대해 화나는 마음들을
그런식으로 아이들에게 표현하며
늘 자괴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제 속에선 두 마음이 늘 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께도 기쁨이 되며 자신들도 원하는 꿈을 찾고
그 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크는 것이며
또 하나는 세상 사람들의 바람처럼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그럴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아무도 그런 아이들의 아빠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얼마나 속되고 우스운지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 주일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습니다...ㅠ.ㅠ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저는 초등학교에서 협력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이 어느날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한 커플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을 비웃었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형제와 대학을 나온 자매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자매의 선택을 미련하다고 비웃으며 그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샘은 제가 그런 결혼을 한 걸 모르기 때문에 하신 이야기였습니다.
그 선생님은 매일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보편적인 기독교인들의 생각을 알게 되어버린 것 같아
너무 속이 상하고 서글퍼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자꾸
아이들을 채근하게 됩니다.
아빠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라구요.
지금까진 저의 기대대로 잘 해줬는데
큰 아이가 자사고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을 때마다 너무나 우울해집니다.
아이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아이들 틈에서 아이도 힘들거라는 걸 알면서도
주변의, 남편에 대한 시선들이 자꾸 저를 괴롭힙니다.
사단이 저의 약한 부분들을 건드려
자꾸 저를 두려움에 빠지게 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로 상처받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힘든 노동으로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남편을 볼 때마다
왜그리 속이 상하고 불쌍하고 가여운 생각이 드는지...
자꾸 눈물이 납니다.
오늘도 저는 주일 대표기도를 하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신실한 사람들이
모두가 달려가는 고지를 향해 가기보다는
아무도 가려하지 않는 미답지로 달려가
그곳에 예수님의 사랑을 심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래놓곤 제 자신을 비웃었습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살지 못하면서 그런 기도를 하고 있는 저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보실지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워낙에 자신감 없이 위축되어 자라서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예민한 걸까요?
20대 그 어린 나이 땐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말씀대로 살 거라고 그렇게 순진하게 생각했던 게
저의 실수였던 것일까요?
외모를 보지 않고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사랑하며
남편을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사람들은 자꾸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존재 자체로 가치있게 여겨주질 않는 걸까요.
어찌하면 모든 걸 초월하는 신앙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제게 지혜의 말씀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ㅠ.ㅠ
아~! 목사님!
감사합니다.
목사님께서 댓글을 주실 거란 생각은 못했습니다.^^;
어제...
알 수 없는 부추김으로 글을 올려놓곤 오늘 다시 읽어보니
감정이 앞서 횡설수설 한 것 같고
첫 글을 올리면서 이렇게 눈치 없이 우울한 글을 올리다니
다비안 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고
얼굴이 화끈거려 내려야 하나 고민했는데...^^;
목사님 말씀에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습니다.
저의 속된 마음들을 비판하시고 힐난하시더라도
기꺼이 귀담아 들을 마음으로 글을 올렸는데
따뜻한 위로의 말씀 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주변의 시선들을 초월하지 못하는,
약하기 짝이 없는 저의 믿음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세상의 엄마들과 똑같이 아이들의 마음에 부담을 줘
아이들에게 믿지 않는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엄마로
비쳐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사랑을 받아본 이가 사랑할 수 있다는 말...
반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큰 사람은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른다는 말이
다는 아닐지라도 대부분 맞는다는 것을
아이들 키우면서 숱하게 절감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조금도 세상 사람들의 습관이나 방법과 타협하지 않고
항상 모든 걸 초월한 듯 사는 남편을 교회가 인정해주고
귀하게 여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을 수 있기까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이들은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이 많다는 비웃음을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저리고 아픈 통증도 다 내려놓을 줄 아는데 까지
부지런히 제 믿음이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달팽이>님~^^
댓글 감사합니다.
제 글방이 있음에도 글방에 글을 올리지 못하고
익명이 보장된다 생각해 이곳에 올렸는데 이런...
회원정보에 실명이 공개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습니다..ㅠ.ㅠ
제가 이렇게 어수룩하고 바보같은 사람입니다.. -.-;
달팽이님의 환영에 감사드리며
많이 배우며 따라가겠습니다~^^
<자하문>님...
저희 남편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에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올린 건 어쩌면 누구 한사람에게라도
남편이 귀히 여김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자신이 한 요리를 가족이 맛있게 먹어줄 때 너무 행복하다는 사람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둘째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가는 사람,
나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희집 베란다 화단은 단풍나무가 우거져 있고
자주 장미꽃이 피고, 봄에 금귤나무에 하얀 꽃이 필 때면 아이처럼 좋아합니다.
다 죽어가는 식물도 남편을 만나면 어김없이 살아나 반짝반짝 빛이납니다.
그는 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말씀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으나
제가 아는 이들 중 가장 말씀을 삶으로 잘 살아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기에 그 속사람의 가치가 외적 조건으로 인해 묻히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어쭙잖은 글을 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남편을 사랑한다 하신 말씀...
남편의 속사람의 가치를 귀하게 봐 주신 그 마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피해라니요.
흑기사님의 마음이 감사해 눈물이 나려 하는 걸요.
제가 워낙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 받아
눈물이 많아서요..^^;
말씀하신 설교, 꼭 들어보겠습니다~
저도 아주 오래 전부터 '임영수' 목사님을 좋아하고 존경해왔습니다.
작년에 '임영수' 목사님께서 저희 교회에 오셔서 말씀을 전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감동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쭙잖은 글을 용기를 내어 썼더니 많은 분들이 위로의 메시지들을 주셔서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어제 오늘..
내내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합니다.....
민꽃소리 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반갑고 환영합니다.
잔잔한 감동이 전달되는 글을 주셨네요.
진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그런 영적 긴장이 없을 수 없습니다.
민꽃소리 님의 영성이 살아있는 증거겠지요.
주님의 위로가 늘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정용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