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지금 저는 오랜만에 커피집에서

느긋하게 카푸치노를 한잔 마시고 있습니다.

큰 유리창 밖 어둠이 깔리는 길거리로

사람들과 차들이 각각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일리’(ILLY) 커피집 안에서는

손님들이 들락거리며 각각 제 볼 일을 봅니다.

세 시간 전부터 샹송과 째즈가 번갈아가며 흐르고,

커피 가는 소리가 띄엄띄엄 반복되고,

원통의 천정 등에서 내려오는 불빛을 받으며

저는 이렇게 기도문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사건들이,

또는 지금 여기서 제가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현상들이

실재인지 아니면 꿈인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귀에 들리는 게 있고, 눈에 보이는 게 있고,

혀와 코를 자극하는 게 있는 건 분명한데,

이 모든 것이 내일이면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40년 전 느꼈던 감각들이 모두 망각되었듯이

오늘의 이 느낌도 곧 없었던 일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 모든 느낌과 감각의 잠정성과 불확실성 너머에

그리고 그 깊이에 존재하시는 하나님만이

모든 현실성(reality)의 근원임을 믿습니다.

믿을 뿐만 아니라 희망하며 기다립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아버지가 내 안에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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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012.02.16 08:52:33

이글을 읽을때

목사님께서 어느 밖이 보이는 창안에 옆으로 앉으셔서

커피잔과 원고를 놓고,  밖과 안을 번갈아 보시면서

따뜻함을 몸에 넣고, 우주는 가슴에 품고 하나님은 영혼에 품어

목사님은 사라지게 하시고, 실존자만 나타나게 하시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어느날 목사님과 같이 그런곳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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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우

2013.05.05 06:20:30

주님!
따뜻한 커피 한잔 타 놓고 책상에 앉아 이 기도문을 씁니다.
제 몸을 커피를 마셔도 되는 몸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가 제 몸속에 들어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을 보니
커피는 저의 체질에 잘 맞는 음식임이 분명합니다.
제가 매일 커피를 애써 챙겨 먹듯이 하나님의 말씀도 그렇게 챙기게 도와 주시옵소서.
커피를 한잔도 안 마신날은 커피가 막 땡겨서 입맛을 쩝쩍거리듯이
아버지 말씀을 먹지 않은 날은 그 말씀이 먹고싶어 안달이 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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