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지금 여기 저는 살아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숨을 쉴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배설하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니 세상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세상 안에서 살았는데도

세상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

정말 딱한 노릇입니다.

색(色)과 공(空)이 어떻게 다른지 같은지 모르고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나무와 사람이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모릅니다.

2백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사용하면서

인간의 조상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과 내가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또 2백만 년 후에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이

지금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 같을지 다를지 모릅니다.

제가 비록 세상의 궁극적인 비밀을 알지 못하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절망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 비밀이 곧 하나님이시기에

비밀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수록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것을 얼굴로 맞대어 알게 될 그 종말까지

저는 세상의 비밀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겠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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