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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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다비안들께...
저는 지금, 도희와 함께 무균실에 있습니다. 애 엄마가 많이 힘들어해서, 교대했습니다. 아픈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집에서 몸이라도 조금 편하게 자야 아프지 않고 도희를 돌볼 수 있습니다.
도희는 이번주 무척 고생했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올린 소식에서는, 그래도 도희 마음에 생기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지난 주일 저녁부터 심한 복통으로 한 끼도 못먹고 있습니다. 물과 주스만 조금 마시며 영양제를 맞고 있습니다. 통증이 아주 심해, 며칠 전부턴 진통제가 24시간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은 좀 낫지만, 그제까진 하루에 열 몇 번씩 설사를 했습니다. 항암치료의 후유증이 시차를 두고 나타난 건데, 장의 점막이 심하게 헐었다고 합니다. 양방에선 특별히 쓸 약도 없이 시간만 지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나마 한방으로 약을 먹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체온이 하루에도 몇 번씩 38도를 넘깁니다. 조금전에도 열이 올라 해열제를 투여했습니다. 워낙 수치가 낮아서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혹시라도 뭔가에 감염된다면, 또 힘들어집니다.
이렇다보니 도희가 많이 까칠해졌습니다. 신경질도 부쩍 늘었고, 애 엄마는 옆에서 말 붙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저 역시 무척 괴롭습니다.
앞으로 2~4주는 지나야 항암치료의 성패를 알 수 있습니다. 또 도희의 지금 상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좋아질 것 같습니다. 가슴이 탁, 막힙니다.
저희의 갈 길이 험합니다. 관해가 돼야 하고, 이식을 해야 하고, 한 달 두 달, 반 년, 1년, 2년, 3년, 5년... 재발하지 않고 지내야 합니다. 이식한 뒤, 골수가 자리를 잡는 생착까지, 그리고 아이 몸이 좀 회복되기까지, 그 시간도 참 막막합니다.
사랑하는 다비안들께...
성서일과에 맞춰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며칠전 데살로니카전서 5장 16절을 읽다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16 항상 기뻐하십시오.
17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18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저는, 이렇게 못하겠습니다, 라며 목구멍에서 터져나올 것 같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바울 사도와 삿대질하며 싸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 그래서 당신의 은총으로만, 우리는 기뻐하고, 기도하며, 감사할 수 있구나, 오직 하나님께 온마음을 사로잡혀야 하는구나, 아! 하나님 아버지, 도희를 오직 아버지께 온전히 맡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도희와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올해는 꽃도 늦게 피는지요? 저희에게도 봄이 오겠지요? 기도 부탁드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sg-
이곳 남녘엔 벌써 꽃이 많이 피었답니다...
그런데 그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꽃들은 흔들리면서 피네요.
도희아빠에게 도종환 님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사진 속의 노란 산수유는
제가 지금 교회당을 짓고 있는 덕산 강변에 활짝 피었습니다.
물론 많이 흔들리며 피었지요... 계속 기도하고 있으니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