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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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가을 소나타>를 보았다.

연극대본을 읽었는데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영화화 했을까..하는 호기심이 일어 내친 김에 영화를 감상했다.

 

 

 

모녀가 나누는 대화로 이어지는 장면이 대부분이어서 영화는 단조로왔고

집중을 요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관객을 영화속으로 몰입시키는 흡인력이 있었다.

1978년에 만들어진 영화라서인지, 아님 잉그마르 베리만 감독의 독특한 색깔 때문인지 모르지만

 요즘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와는 사뭇 다른 무엇이 있다.

첫 도입부에서 흥미거리를 던져 단숨에 관객의 흥미를 낚는 식이 아닌,

한 편의 연극처럼 , 혹은 소설처럼, 천천히 영화 속으로 관객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이 영화를 연거퍼 두 번 보았다.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그리고 돌아와서 다운 받아서 다시 한 번 찬찬히...

왜냐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과연 사랑할 능력이 있을까? 하는.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아름답고 유명한 피아니스트

어머니 샬롯트(잉그리드 버그만)와 딸 에바 (리브 울만) 그리고 장애를 가진 에바의 동생 헬레나.

그리고 간간히 비쳐지는 에바의 남편 목사 빅터 이렇게 네 사람이 등장한다.

에바는 어머니의 오랜 연인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를 초대한다.

애인을 잃고 상심하고 있을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배려였다. 7년만에 재회이다.

그런데 딸 에바는 어머니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지와는 반대로

그간 눌러왔던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서운함이 봇물처럼 터진다.

어렸을 떄 자식을 돌보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일과 예술에만 몰두해왔던 어머니.

무책임함을 정당화하는 가운데 애써 딸의 불행을 외면하려 하고 장애인 딸을 한없이 부담스러워하는 어머니,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해왔던 에바는 어머니 샬롯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폭팔한다.

 

 

이 영화를 단지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그린 가족 영화나, 여성들의 영화로 규정짓기보다는

부조리한 인간조건을 적라나하게 그린 영화라고 생각된다. 어쩔 수 없는 우리 인간의 한계를 말이다.

극히 이기적인 어머니, 샬롯트와 그 밑에서 상처받은 딸 에바의 관계,

그둘의 서로에 대한 사랑의 열망,증오, 회피, 변명... 등은

우리 인간군상이 보여주는 보편성이랄까 그런 것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교묘히 가장하고, 가리고 있는

벗어날 수 없는 뿌리깊은 인간의 원죄성 같은 것을 까발려 보여주기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다.

 

 

가장 극적으로 다가온 장면은 장애인 딸 헬레나의 절규이다.

어머니가 떠난 후 응어리진 절규가 터져나온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할 그녀의 절규는 점점 더 처절해진다.

온몸을 뒤틀며 짜내는 그 야수같은 괴성...!

그 온몸으로 전달하는 극한의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적절할까. 한? 처절한 비애?.... 모르겠다.

 

 

아뭏튼 갇힌 인간의 한계성과 구원을 나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인물에서 본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 상처받은 딸, 에바

돌봄과 애정을 한없이 필요로 하는 어린아기 같은 헬레나---. 이들에게선 인간 조건의 비극을.

그리고 또 한 사람, 에바의 남편 빅터에게서는 인간구원의 메시지를.

이 남자 빅터는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없어서인지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그의 존재가 부각되어왔다.

에바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받아주는 사람. 말없이 상처받은 에바를 감싸주는 남자.

우리 인간에게 과연 사랑할 능력이 있을까? 이 물음에 그는 해답같은 존재이다. 나는 그에게서 인간 구원을 본다.

에바가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건 먼저 남편의 사랑을 체험했기 때문 아닐까.

그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음으로 에바는

어머니를 끌어안을 힘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본다.

 

 

충격 속에서 황망히 어머니는 떠나고 ...에바는 어머니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낀다.

앙금처럼 가슴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던 깊은 감정이 오롯히 일어난 것이다.

어머닌 마지막까지 장애인 딸 헬레나가 끔찍해서 '그앤 왜 죽지도 않느냐'고 말한다.

그런 어머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 딸 에바....

영화는 마지막으로 우리 속 어딘가 깊숙히 숨어있는 능력 즉,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희망의 빛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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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012.03.31 11:51:32
*.228.35.13

오늘 아침에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고 왔습니다. 조조 참 싸요...5,000원에 통시카드할인 1,000원 받으면 4,000원에 영화 한편을 볼수 있으니까요...

영화를 보려고 검색하는것도 참 재미있어요... 기대가 되거든요..

웃겨님의 추천영화를 보고싶네요..^^

잘 볼께요^^

profile

웃겨

2012.03.31 12:06:47
*.142.172.123

실은 영화에 대한 어떠한 식견도 없이 그냥 보았는데요..

자연스럽게 느낀 제 소감이 이랬어요.

웃음님께서는 또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  있음 소개해주세요.

 

 

 

피트

2012.03.31 23:30:08
*.161.165.33

웃겨님 덕분에 좋은영화를 알았네요...! 

 

저두 추천할만한 영화가 있습니다 !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입니다!

profile

웃겨

2012.04.01 21:45:30
*.142.172.123

바람처럼 강물처럼 님, 조금 지루할 수도 있어요. 요즘 영화에 길들여져 있다면.

그래도 잉그마르 감독의 영화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낯설었던 점은 어머니에게

 혹은 여자에게, 모성은 본능이란 통념을 완전히 꺠버린다는 거...^^

profile

웃겨

2012.04.01 21:45:57
*.142.172.123

아, 똥파리 봐야겠네요...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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