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백년 후에 저는 세상에 없습니다.

백년이 아니라 삼십년 후에도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아직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글을 쓰고 가르치고 설교하고

가족과 함께 살면서

간혹 테니스를 하거나 텃밭도 가꿉니다.

먹고 마시고 숨 쉬고

하늘과 나무와 새를 봅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살아있다는 게 생생하지만

백년 후의 저에게는 살아있다는 게 망각됩니다.

제가 백년 후에 없는 존재라고 한다면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느끼는 지금의 저도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겨우 백년이라는 시간 안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면

무한한 시간 앞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주님,

시간의 비밀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십시오.

모든 것을 절대 무(無)로 몰아넣는 시간은

바로 하나님 당신의 통치 능력이겠지요.

지금의 생생한 삶이 완전히 망각되는 그 순간이

바로 하나님과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겠지요.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은 하나님의 영원성 안으로

제가 망각되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자유와 평화가 보장되는 궁극적 구원이겠지요.

예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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