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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주기도에 따라
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일용할 양식이 없는 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
‘일용할 양식’이 없다는 것은
단지 하루나 이틀 치의 먹을거리가 없다는 것만이 아니라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생존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을 향해,
그리고 그런 나라와 민족들을 향해
세상은 경쟁력이 없다거나 성실하지 못했다고 비난합니다.
거지 나사로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동정심도 느끼지 못하다가
지옥에 떨어졌다는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부자처럼
오늘 우리는 생존 위협이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사적인 영역으로 밀어놓은 채
주문을 외우듯이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합니다.
너무 없어서 생존의 위협을 당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삶의 의미를 놓치는 이들을 위해서
다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립니다.
그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 영혼이 되도록
넘쳐나는 것들을 제거해주십시오.
오늘 우리는 생존의 위협을 받기 때문만이 아니라
생존의 안일함 때문에 영혼이 죽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예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