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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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주여(이렇게밖엔 당신을 부를 길이 없습니다)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든지
몇 마리의 나비를 주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자기와 같이 하시든지
뜻대로 하옵소서
시방 제 속은
많은 꽃과 향기 들이
담겼다가 비워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미당이 '주'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언어를 다루는 재주는 뛰어난지 모르지만, 미당이 뭐라고 한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그럴싸한 시어를 구사한들, '주'는 관심이 없으시다. 미당이 '광풍'이나 '나비'를 달라고 해도, '도자기'처럼 해달라고 해도 '주'는 대꾸하지 않으신다.
언제, 제가 당신에게, ' 제 속'을 '많은 꽃과 향기들'에 담궈달라고 했습니까? 당신 마음대로 담궜다가 당신 마음대로 비워버리지 않습니까?
'주'여, 당신은 두렵지도 않습니까? 이 세상,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아기들과 아이들, 새끼 동물들과 식물들, 생명들의 죽음을 묵인하셨습니까? 앞으로도 그러실 것 아닙니까? 이 세상, 얼마나 많은 에미들과 애비들을 참혹한 고통으로 몰아넣고도 모른척하셨잖습니까?
애 엄마는 종말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야 '주'에게,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 딸 도희에게 일어났는지, 왜 이런 처참한 일을 허락하셨는지 물어볼 수 있지 않냐고. 맞다, 그래야 따질 수 있겠다고,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살아있을 때 종말이 오면 좋겠다.
'주'여, 당신은 진짜 하나님, 신이 맞으신가요?
부탁합니다.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도희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것처럼 하셨다가 마지막 순간 외면하신 당신의 딸 도희가, 이제는 당신 나라에 있다고 믿으며 부탁드립니다. 당신 나라는, 하나님 나라는, 오직 아버지만의 권세와 영광이, 당신만의 통치가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하나님, 당신의 모든 축복을, 이곳에서 유예하신 축복들을 포함해서, 모든 축복을, 도희에게 주십시오. 당신 나라에선 무엇을 꺼리끼실 것도, 주저하실 것도 없지 않습니까? 도희가, 당신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해주십시오. 매일 밤, 매일 낮, 마지막 날의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눈물은 도무지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를 좀 불쌍히 여겨주시고, 도희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하나님만 믿다가 무기력하게 딸을 보낸 이 아빠를 지금 당장 죽여도 좋으니, 도희가 당신 나라에선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해주십시오. 이 정도쯤은 당신도, 당신 나라에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온마음으로 당신께 매달리며 애원합니다.
마지막 한 가지 부탁입니다. 저희에게 남겨주신 오빠, 도영이와 늘 함께 하시고, 굳게 지켜주십시오. 마음과 몸을 당신께 온전히 맡기게 하시어 그 심신의 건강을 튼튼히 해주시고,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저희에게 당신의 지혜를 주십시오. 철부지같던 도영이가, 어버이날이라고, 엄마아빠를 위로한다고 보내준 문자, 당신도 아시지요? '도희도 하늘나라에 있는데 제가 도희 몫까지 열심히 살게요. 힘내세요. 사랑해요♥' 하나님, 참 잔인하십니다. 도영이가, 이런 일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게 하셔야 합니까? 제발 부탁이니, 도희를 당신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해주시고, 도영이의 건강을 꼭 지켜주십이오.
당신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싶다가도, 도희와 도영이를 생각하며, 다시 매달려 기도합니다. 그게 무슨 신앙이냐고 비난하고 손가락질해도 상관없습니다.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하나님, 당신은 사랑 그 자체가 맞습니까? -dh-
오늘에사 다비아에 들렀다가 이소식을 접했습니다.
참으로 죄송하고 면목도 없습니다.
이시간 어떤말로 도희 아버님의 슬픔을 위로할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언어의 유희에 지나지 않을것을...
이가슴이 이토록 시리고 아픈데, 그무너진 가슴을 주께서 위로 해주시기를 바라옵나이다.
때론 침묵하시는 하나님
때론 외면하시어 그존재 마저도 의심케 하시는 하나님
도무지 당신의 깊은 뜻을 알지못해 오늘도 방황하며 실망하며
하루를 뒤척입니다.
부디 바라옵건데 주여,
상식의 선에서
일상에서 이해될수 있는 영역에서
피조물로서 창조자를 이해하여 드는 자체의 모순을 제외한체
당신을 이해할수 있게 하주십시요
이렇게 가혹한 형벌이라고 느낄만큼의 참담함 슬픔을
왜 주시는 겁니까?
도도아빠님!...
현재 도희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 봅니다.
도희는 항상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도했던 샘터교우들과 전국의 다비안들...그리고 지난 시간동안에 기억속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도희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오빠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같은 하늘아래에 볼 수 없는 도희를 생각하면 어찌 일상으로 돌아오겠습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잡고, 괴롭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도희가 원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도희가 아빠의 글(다비아)을 읽고 있을 것 입니다.
도희의 마음에 힘들어하시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오빠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우리라 생각이 됩니다.
도희가 오늘도 가족들과 분명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만 존재 방식이 다름에 대한 이해를 하셔야 할 것이며
도희가 있는 곳에서 잔잔하게 가족들을 향해 미소지을 수 있도록 도도아빠님이 중심을 잡으셔야 합니다.
믿음의 공동체에서 도도아빠와 가족들을 위한 신앙의 형제들이기에 같이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도희와 같은 해에 태어난 자식을 두고 있습니다. 그 심정이 어떨지 도저히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사두개인들이 예수께 와서 트집을 잡았을때, 예수께서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말씀으로 그들의 오해를 밝히셨지요. 천지불인이란 도덕경의 구절을 떠올립니다. 잔인해 보이는 하나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하나님. 그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당신은 성경에 드러난 작은 조각들, 그나마 저의 이성과 지성에 의해 제약된 그런 분일 뿐입니다.
그나마 작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인류사에 보여온 수많은 비극 때문입니다. 신원하시는 하나님이 없다면 너무 억울합니다. 그런 기대조차 할 수 없다면 삶의 의미를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전후좌우가 막혀있지만 그나마 같은 고통을 겪는 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됩니다. 또다른 도도아빠님과 같은 가정에게 희망이 되어 주세요.
힘내십시요 도희 아버님!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