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6,606
주님,
저는 교만한 사람입니다.
교만해보이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애를 쓰고
나름으로 훈련을 거쳤기에
겉으로는 교만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날이 갈수록 교만이 저를 더 강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짐짓 겸손하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교만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겸손의 모양은 아무 의미가 없고,
아무 능력도 없습니다.
교만은 자기를 높이려고 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시선입니다.
자기를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보는 관점입니다.
자신의 업적이 인정받으면 흐뭇해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불편해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자기를 부정하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자기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곧 교만하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교만하게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교만하지 않는 삶은 제가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일어난 구원 사건을 더 깊이 생각하겠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일치가 저의 속에서 더 분명하게 일어난다면
저는 당연히 완전한 낮춤의 영성에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케노시스(낮춤)의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