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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그 옛날 어린 시절
국민학교에서 일 년에 몇 차례 씩
예방주사를 맞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간호사들이 들고 있는 주사바늘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우리는 모두들 얼굴이 백지장처럼 긴장해 있었습니다.
하기야 불로 지지는 주사도 있었으니
공포를 느낄 만했습니다.
길게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가
조금이라도 나중에 맞으려고
자꾸 뒤로 빠지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틈에 저도 끼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용기를 내서 먼저 맞기도 했는데,
그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예방주사를 피할 수 없듯이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자기 차례를 최대한 늦춰보지만
그래봤자 수십 년, 수년, 서너 달에 불과합니다.
짧은 인생을 생각하면 그 세월마저 소중하지만
지구와 우주의 긴 시간을 생각하면
그 세월은 있으나 없으나 매 한가지이기도 합니다.
제 앞에 몇 명이 남았습니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살도록
저의 영혼을 붙들어 주십시오.
서른세 살에 십자가 처형을 당하셨던
예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