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일

희망에 대해

 

     주님, 이 땅에서 곧 죽을 운명에 처해진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희망이라는 말이 가능합니까? 피조물인 우리는 시간과 더불어 모든 것을 잃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큰 업적을 남겼다고 해도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흔적이 남았다 해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마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주님, 헬라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에 하나 남은 것이 희망이었다고 합니다. 그 희망이 있기에 인간이 수많은 불행 가운데서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실상은 정반대인지도 모릅니다.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해서 판도라가 연 상자에서 쏟아진 수많은 불행과 재앙 속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게 희망이라면 희망도 역시 그런 류에 속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참된 희망은 죽음을 넘어서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의 궁극적인 희망이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옳다고 믿습니다. 그 희망은 이 세상의 모든 인간적인 설계가 끝나는 순간에 임하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구원입니다. 지금의 삶과 질적으로 다른 하나님의 생명이 그것입니다. 우리에게 유일한 생명이며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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