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는 유년, 소년, 청년, 중년을 다 보냈습니다. 이제 장년을 삽니다. 당분간 이런 세월을 지내면 노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평생이 덧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주님, 그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보다 지나간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도 두렵지 않습니다. 지난 젊은 시절이 그립지도 않고, 젊음이 부럽지도 않습니다. 자기 영혼을 팔아 젊음을 샀다는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됩니다.

     주님, 제가 허무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각각의 모든 삶이 절정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젊음은 젊음으로, 늙음은 늙음으로 생명의 절정입니다. 매 순간이 최고의 순간입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가 영적으로 준비가 되었다면 나이가 들어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밝아지고 예민해집니다. 그런 것이야말로 참된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주님, 당신이 주신 생명은 그 무엇으로도 재단되거나 계량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워서 태양이 매일 밝은 빛을 내듯이 매 순간 빛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저의 영혼을 붙들어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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