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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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예쁘게 오고 있습니다.
육체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시골사람에겐 비오는 날은 쉬는 날이지요.
옛날엔 방바닥에 딩굴딩굴 하다가 콩이나 밀을 뽁아 허기를 달래기도 하고 이웃집에 놀러가기도 하였지만 지금의 시골생활은 이웃집에 놀러 갈 만한 환경이 아닙니다.
비는 오고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영도시인의 생가에나 갔다 와야겠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곳에서 20km정도이니 금방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정운 이영도는 1945년 30살의 나이로 통영여중 가사선생으로 부임하고 뒤이어 39살의 청마 유치환이 국어선생으로 부임하여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엔 장애가 많았지요. 청마는 유부남이었고 정운은 딸 하나를 둔 청상이었으니 말입니다. 청마는 그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뭍같이 까딱 않던 정운의 마음도 눈같이 녹습니다.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끝이 보이지 않던 청마와의 사랑은 1967년 2월13일 청마가 교통사고로 죽음으로 인하여 끝을 맺게 됩니다. 청마가 죽은 후 청마에게 받은 편지를 모야 시집들 내게 되는데 그 책 제목이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입니다. 정운을 직접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에서 그렇게 지성적인 아름다움을 본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신사임당을 보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 또한 한국인의 정한을 한 단계 높였다고 합니다. 정운의 오빠는 이호우 시인입니다. 남매의 사이가 하도 좋아 청도군에서 그들의 고향에 오누이 공원을 만들어 그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오누이공원 전경 동창천 강둑과 청도천 강둑이 연결되는 지점에 아담하게 만들어 놓은 오누이 공원, 뾰족한 조형물과 이호우시비와 이영도시비가 있다. 지금은 우회도로가 널찍하게 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감 나는 강둑길이었다. 이 강둑을 거닐며 청마의 연서도 읽으며 시도 구상했을 정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청도는 나비모양이라고 합니다.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이 청도의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곰티재이고 곰티재의 동쪽을 산동이라고 하고 서쪽을 산서라고 합니다. 이영도시인의 생가는 나비의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청도읍 내호리에 있는데 보통 유천이라고 부르고 산동과 산서가 만나는 곳입니다. 여기에서 청도읍에서 흘러오는 청도천과 산동에서 흘러온 동창천이 합수하여 밀양천이 되는 곳입니다 (생가의 모습) 문이 잠겨있어 대문너머로 겨우 사진을 찍었으나 울창한 감나무로 인하여 옆만 살짝 보이는군요 시인의 집 앞 유천극장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으니 문화재급 극장이지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약장수들이 빌려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유지관리에 힘이 드는 건물이 되어있습니다. 저 앞에서 줄을 서 극장 입장을 기다리는 시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지요. 골목전체가 시간이 보존된 곳인 듯 한 느낌입니다. 유천극장 옆의 사료판매소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정미소 6~70년의 세월 뒤로 시간여행에 와 있는 것 같지요. 극장 옆의 중앙소리사 그냥 간판만 있는 것 같은 가게인데 구형 LP판이 돌아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달무리(이영도) 시비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아 아 우 주이던 그 자락 학과 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랑이 달무리 같은 내 어머님 눈물어린 사랑이여 살구꽃 핀마을(이호우)시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 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그늘에 달이 오면 술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장박사님,
이 꼭지를 올리실 때 '대글허용'을 할 수 없게 하셨네요.
아마 본인도 모르게 그 부분을 건드리셨나 봅니다.
제가 고쳐놓았습니다.
덕분이 문학기행 잘 다녀왔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