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수술실 앞에서

Views 1943 Votes 0 2012.09.07 23: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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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밑에 좀 웃기는 얘길(아니 좀 지저분한 얘기였나요?ㅎㅎ) 올렸으니

 좀 진지한 얘기 하나 나누겠습니다

 

언니가 유방암 수술을 받았어요.

어제까지 삼일 간 언니의 보호자로 암센타 병동에서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언니가 파리하고 초췌해진  얼굴로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가족들의 허용은 수술실 문 밖까지였습니다.

언니의 손을 잡고 애써 웃는 얼굴로 화이팅을 외치고는 헤어져야 했습니다.

언니의 침상이 수술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장면을 보며 

 어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찍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 중이라는 전광판의 글씨를 보며 초조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수술실 밖에서

서성이는 동안 환자를  실은 몇몇  침상이 시간 차를 두며 들어갔습니다.

가족들이 따라와 격려와 위로를 하지만

모두 문 밖에서 잡았던 손을 놓고 환자와 떨어져야만 했습니다. 

 자동문이 스르르 닫히고 안으로 환자가 사라지는 그 지점!

그 경계의 지점에 어떤 넘을 수 없는 선이 그어진 듯...

그 광경은 어쩜,  인간의 숙명적 고독을 상징처럼 보여주더군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결코 함께 갈 수 없는 길...

단독자로 대면해야하는 생의 여러 순간들...

죽음의 순간도 이러하리라.. 싶었습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 병실로 돌아온 언니를 대하며

생을 예찬하시는  우리교회 정병선목사님의 말씀이 생생히 실감되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것도 생명, 즉 살아있음보다 우위일 순 없습니다.

내가, 또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지 않을 거란

 엄중한 사실이 폐부 깊숙히 실감되었어요.

기회가 주어질 때, 만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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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2.09.07 23:42:53
*.185.31.7

웃겨님이 마음 고생이 크셨겠군요.

부모님들은 또 어떻셨겠너요.

수술 후 경과는 좋지요?

수술받은 언니 되는 분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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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2.09.08 00:00:20
*.34.116.82

웃겨님, 몇 년전에 살림교회에서 언니를 뵈었는데 벌써 몇 년이 흘렀네요.

다행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안심이 되는군요.

언니가 많이 놀라시지 않으셨는지, 가족분들의 걱정이 많으실텐데,

더욱이 연로하신 부모님들께서는 얼마나 심려가 크실지요?

속히 회복되시기를 기원합니다.

Lucia

2012.09.08 04:44:29
*.100.1.194

언니의 수술이 잘 되어서 감사해요
아픔을 나누면서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기를 다짐하는 마음..그래요~
빠른 회복을 바라겠습니다.

profile

햇살가득

2012.09.14 11:57:21
*.138.168.80

언니의 침상이 수술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장면을 보며 

 어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찍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대목요 제가 직접 경험했을때가 생각나네요.

 

  20대 후반이었던것 같은데

그날도 아침부터 준비했습니다.  또 유산이구나 하면서......

그래 병원에 도착하구 잠깐의 검진을 거쳐 병원 수술대에 올랐는데

기분이 묘하구 예전과 다른 느낌이 오면서

몸이 떨리고 까닭모를 눈물이 마구 솟아 흐르구......

그런데 저의 이런 모습과 마취가 잘 되지 않아 아파하는 저를 대하던 의사가

오진을 했다면서 그대로 수술했으면 큰일 날뻔 했다면서 큰 병원으로 옮겨주더라구요

그당시 가장 가까운 큰 병원이라는데가 적십자병원이었는데

아파하며 배를 쥐고있는 저를 인턴들이 웃으며 수다떨며 엉터리같이 내진한후

복강경검사를 거쳐 저는 다음날 수술을 받게되었습니다.

수술침상이  드뎌 수술실로 미끄러져 들어가는데

누워 천정을 보니 여러 조명이 비춰지는,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수술실 들어가는 장면이

연상되더라구요.

그때 이상하게  묘한 기분과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구 4살된 어린조카가 척수검사등 각종 어려운 검사를 하면서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여동생과 온 가족은 마음의 준비까지 하면서

그때도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났어요.

물론 지금 그아인 살아나서 대학생이 되었구 저도 지금까지 살고있구요

 

결혼한지 두달여만에 첫번으로  직접대한 시아버님의 죽음을 시작으로

아이의 유산을 경험하고  집안어른들과 옆자리서 같이 공부했던 지인의 죽음까지

올해도 주위에선 끊임없이 죽음은 이어지고......

 

그러나 간과해선 안될것이 새로운 생명도 계속 되어진다는 거지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언니의 수술경과가 점점 더 좋아져 속히 회복되시길 바라며

저도 살아있는 동안 생명을 존중하며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선한 웃겨언니의 목소리와 미소를 가만히 생각합니다

보고싶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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