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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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안도현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한평생 왼쪽과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기우뚱거리지 않고
말랑말랑한 맨발로 땅을 만져보리
구부러진 길은 반듯하게 펴고, 반듯한 길은 구부리기도 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모퉁이, 움푹 파인 구덩이, 모난 돌멩이들
내 두 바퀴에 감아 기억하리
가위가 광목천 가르듯이 바람을 가르겠지만
바람을 찢어발기진 않으리
나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주소를 물으러 가고
또 어느날은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기도 하리
페달을 밟는 발바닥은 촉촉해지고 발목은 굵어지고
종아리는 딴딴해지리
게을러지고 싶으면 체인을 몰래 스르르 풀고
페달을 헛돌게도 하리
굴러가는 시간보다 담벼락에 어깨를 기대고
바퀴살로 햇살이나 하릴없이 돌리는 날이 많을수록 좋으리
그러다가 천천히 언덕 위 옛 애인의 집도 찾아가리
언덕이 가팔라 삼십년이 더 걸렸다고 농을 쳐도 그녀는 웃으리
돌아가는 내리막길에서는 뒷짐 지고 휘파람을 휘휘 불리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중의 한 분이신 안도현의 시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을 읽어보세요.
아주 쉽게 읽힙니다. 시가 이렇게 좀 쉽게 와 닿으면 좋겠어요. ㅎㅎ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고 말하네요.
사랑할 수 없었겠지요.
그게 솔직한 고백이겠지요.
잃어버린 달의 반지를 찾으러 가면서 살아봅시다.
모두 좋은 추석을 맞으세요.
지금 귀향 중에 계신 분도,
이미 고향에 가 계신 분도,
여전히 외롭게 계신 분도 이겠지요.
주님의 평안이...)
이 집사님,
시댁에 가서 추석 잘 지내셨지요?
'조소'가 아니라 '주소'가 맞습니다.
고쳤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사랑했다는 말을 못했다는 게 맞는 것 같군요. ㅎㅎ
역시 여고생 시절 시집을 끼고 살고
지금도 시인 남편과 함께 살고 계신 분이라 그런지
시를 보는 눈이 날까롭습니다.
오자를 바로잡아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시 한편 더 올립니다.
맨발
김용택
가을비 그친 강물이 곱다
잎이 다 진 강가 나무 아래로 다희가 책가방 메고
혼자 집에 가는데, 그 많은 서울 사람들을 다 지우고 문재는,
앙말을 벗어 옆에다 두고 인수봉 바라보며 혼자 술 먹는단다.
이 가을 저물 무렵,
다희도, 나도, 나무도, 문재도 고요한 혼자다
목사님,
가을 타시나봐요.
시를 자주 올리시는 걸 보면요. ㅎㅎ
덕택에 좋은 시 많이 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시를 참 좋아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여러장의 그림이 지나가네요.
이성민 집사님이 자주 그리시던 그런 자전거가 있는 풍경들이
빠르게, 천천히----
'죽어도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고 말하네요.
사랑할 수 없었겠지요.
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할 수 없었다기보다 너무나 사랑했었다는 표현으로요.
이래서 시는 읽는사람의 마음인가요?
그리고 어느날은 구름이 머문 곳의 조소를 물으러 가고
조소가 아니고 주소가 맞을 것 같은데요?
아니면 조소의 뜻은요?
꽃은 글썽이며 열매 속으로 떨어져갔다는 시귀가 떠 오르는
이 가을에
목사님의 좋은 시 더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