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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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시인을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요.
한국종합예술대학교 총장 하시다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짤렸지요. ㅎㅎ
교수자리까지 포함해서요.
이제 복귀해서 교수를 하고 계실 겁니다.
그의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는
제가 1999년 6월에 산 겁니다.
그 시집의 표제로 잡힌 시를 저는 몇 번이나 되풀이 해서 읽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읽어주기도 했구요.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흐린 주점에...
술잔의 수위....
아름다운 폐인을...
저의 해설은 필요 없고, 그냥 한번 읽어보시지요.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음다운 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황지우, 문학과 지성사, 82쪽)
예, 눈꽃 님,
오랜 만입니다.
인생의 후반부로 올수록 삶이 더 깊어지고,
또 향기가 난다는 사실을
눈꽃 님이 요즘 만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복이 불가능한 삶이기에
오히려 더 절실하게 살아야겠지요.
새벽을 마주하려고 잠을 설치기도 한다구요?
멋진 일입니다.
나도 영천 원당으로 이사가면
새벽 산책을 한번 시도해볼까 합니다.
오랫동안 교회에서 못뵈었는데,
가까운 교회에는 나가고 계신가요?
사람이 실제로 모이는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로
여러가지 면에서 중요한 일이랍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세요.
주님의 은총이...
이 가을에 시와 하나가 되신 듯한 목사님,
매 번 가슴을 두드리는 시를 올리시니 잘 감상합니다.
덕택에 올 가을은 시와 함께 보냅니다.
감사드려요.
솔직히 저는 시집을 산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집에 널려 있는 시집도 거의 안보고요.--------
그래서 제 멋대로 감상합니다. ^^
이 시를 읽으면
슬픔, 후회, 무위, 허무(요건 좀?) 등등의 단어가 떠 오르고
제일 싫어하는 소주가 생각나는 시 입니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결국 쓸모없는 廢人이 되어가는 저를, 아니 인간의 실존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시인은 아름다운 廢人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하셨네요.
목사님!
참 오랬만에 인사 드립니다.
덕분에 시집과 친근히 지내고 있습니다.
황지우 시인은 일전에 강신주 인문학 강의 중 거론 하기에
가까이 하게 됐습니다.
치열한 자기 검증과 솔직함이 묻어나는 그의 시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요즘 책과 자연을 벗삼아 삶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새벽과 노을 지는시간에 산책을 나가면서, 도서관을 오가면서 마주치는 살아있는
것들과 조우하는 순간들이 참으로 소중하고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새벽 초절의 순간이 그리워 손톱만큼 작은 고마리 꽃 봉오리 터지는 순간을 보기위해 새벽잠을
설치기도 하구요.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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