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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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신경림
물 묻은 손바닥에
지난 십년 고된 우리의 삶이 맺혀
쓰리다
이 하루나마
마음놓고 통곡하리라
아내의 죽음 위에 돋은
잔디에 꿇어앉다
왜 헛됨이 있겠느냐
밤마다 당신은 내게 와서 말했으나
지쳤구나 나는
부끄러워 우산 뒤에 몸을 숨기고
비틀대는 걸음
겁먹은 목청이 부끄러워
우산 뒤에 몸을 숨기고
소매끝에 밴 땟자국을 본다
내 둘레에 엉킨
생활의 끄나불을 본다
삶은 고달프고
올바른 삶은 더욱 힘겨운데
힘을 내라 힘을 내라고
오히려 당신이 내게 외쳐대는
이곳 국망산 그 한골짜기 서러운 무덤에
종일 구질구질 비가 오는 날
이 하루나마 지쳐 스러지려는 몸을 세워
마음놓고 통곡하리라
(1977년, 女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