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십자가... 부활... 참된 기쁨...

Views 1989 Votes 0 2013.02.21 13: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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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으로부터 십자가 없는 기쁨은 정서적 기쁨에 한정될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신앙적 관용어구겠거니 그냥 흘려들었다가...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뭔가 돌이 탁 깨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세상은 "엑스타시" 로 가득한 거 같아요...


너무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쾌감...

너무 좋은 차를 타면서 느끼는 쾌감, 짜릿함...

좋은 집에서 사는 쾌감...

쾌감 쾌감 쾌감 쾌감.............

근데 그 쾌감이란 것은... 그 쾌감의 역치를 넘어서는 쾌감이 없으면 그 것은 도리어 고통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쾌감은 참된 기쁨이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헨리 나우웬은 엑스타시(쾌감)가 기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에만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죠...

지난 해는 2차례 1주일간 완전 절식을 해보았습니다... 음식을 완전히 끊고 추천받은 효소액을 먹으면서 1주일을 견디는 것인데요...

그 경험을 하고 난 후에... 처음으로 입에 넣게 된 죽의 감촉... 그리고 새콤한 작은 깍두기의 맛... 작은 멸치 한 마리의 그 고소함이란 어떤 태초의 맛처럼 신비하게 느껴졌었어요...

미원에, 간장에, 여러 가지 시즈닝에 길들여졌던 내 혀가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맛이었다랄까요...  

십자가는 뭘까 생각해봅니다...

십자가는 내가 저 밑 바닥으로 버려지는 자리... 나의 자아가 해체되는 너무나 아픈 자리가 십자가가 아닐까...

도저히 나 자신으로부터 어떤 것도 희망할 수 없는 절대적 無의 자리...

자포자기 속에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예수께서 울부짖던 그 자리가 아닐까요...

옛 성인들이 "영혼의 어두운 밤" 이라고 표현했던 바로 그 자리...

그 자리에서만...  우리는 예수를 만나고... 솟아올라... 돌파해서... 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속에 참된 기쁨이 있는 것이고... 

그 "돌파" 야말로 부활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와 부활은 본질상 같다고 했던 것일까요...

그 절대적 무의 자리는 하나님의 창조의 자리... 절대적 有의 자리이기에...

profile

정용섭

2013.02.21 22:47:48
*.149.31.175

깊이 있는 묵상, 잘 읽었어요.
아무리 안전장치를 잘 갖추고 살아도
결국 무덤이나 불속으로 들어가야 할 우리의 운명이라는 걸 전제하고
기독교 신앙의 중심 안으로 들어가는 훈련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네요.
길을 가봅시다.

첫날처럼

2013.02.22 09:46:53
*.213.169.18

 목사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네 인생은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비극"으로 끝날 것으로 운명지어져 있으니까요...

그 현실을 돌파할 수 있도록 준비되는 것이 신앙이라 생각하구요...

그런 면에서 하이데거가 말한 "죽음의 선구적 경험" , 쉽게 말하면 죽음을 먼저 맛보는 경험은 정말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rofile

클라라

2013.02.22 00:09:33
*.34.116.82

첫날처럼님,
저도 깊이 있는 묵상,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요즘 매번 느끼는 거지만,
첫날처럼님의 글에는 진솔함과 영성이 잘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을
내내 하게 됩니다.
예전에 어느 다비안께서 첫날처럼님 나우웬 묵상글을 접하면서
저한테 "글 참 잘 쓰시더라" 그러시던데, 내용은 더 좋습니다.

저도 요즘 들어 이 '십자가 신학'만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도
제 신앙이 훨씬 깊어질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묵상글 기대합니다.

첫날처럼

2013.02.22 09:54:09
*.213.169.18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하구요... 

친정 같은 다비아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네요...

지나간 몇 년 동안 제가 성숙했는지 퇴행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좀 더 삶이 의미있어지고, 자유로워졌다는 것은 확실한 거 같아요... 

저는 저의 "날 "것을 그냥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그게 치부일지언정...    

첫날처럼

2013.02.22 10:10:39
*.213.169.18

 그 절대적 무의 자리는 하나님의 창조의 자리... 절대적 有의 자리이기에...

이 부분은 쓰고 보니 불교의 "空卽是色" 과 너무 통한다는 느낌입니다...

空 이란 바로 "절대의 빔" 의 자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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