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뻔한 대답

Views 2452 Votes 0 2013.04.10 15: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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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와 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봄인데도, 요즘 날씨가 예사롭지가 않네요.
감기 조심 하세요.~


< 뻔한 대답 >

"홈스쿨링을 하면 무엇이 좋니?"
사람들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수없이도 많이 받았던 물음이다.
이제 정해놓은 대답이 있을 법도한데, 나는 여전히 이렇다 할 대답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내가 말주변이 부족한 탓일까?
그 영향이 없지는 않겠다. 그러나 정해놓고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기에 그렇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걸까?

앞으로 자녀의 홈스쿨링을 계획하시며, 나의 경험을 물으시는 분,
내가 왜 홈스쿨링이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떠오르는 질문을 던지시는 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분들의 기대에 미칠 대답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그 동안의 홈스쿨링을 해왔던 시간들을
'좋다' 혹은 '싫다'라는 말로 단정 짓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 모든 시간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번 여행이 좋았어."라는 말로 그가 어떤 여행을 하였는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의 "좋았어."는 여행을 다녀온 당사자의 느낌이고, 마음이다.
그 또한 아주 일부분에 대한 말일 뿐이다.
내가 같은 여행지에 다녀온다 해도 그와 똑같이 좋을 것이라는 법이 없다.
삶은 보편적일 수 없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지만,
사람마다 그 삶을 채워가는 이야기는 다르다.

 
얼마 전 ‘케이 팝 스타 시즌2’가 끝이 났다.
결승전에 임하는 참가자들에게 케이팝 스타가 어떤 의미가 되어 주었느냐는
질문을 하는 장면이 있다.

두 팀 모두 '꿈'이라 말했다.
‘시즌1’의 우승자도 '꿈'이라 대답했었다.
혹시나 우리는 그들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지는 않았는가?
‘꿈’이라 했던, 말 자체는 식상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예상했던 뻔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꿈은 절대로 식상할 수 없다.
가슴 벅차오르는 감동을 '꿈'으로 밖에 설명해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하는 말의 한계이기도 하겠다.

자신의 꿈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들의 감동을 공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을 해 올 때, 내 대답은 아마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 것이다.
예상했던, 혹은 다른 홈스쿨러에게서도 뻔하게 들어볼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들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할 때마다, 내 대답에 대한 실망 섞인 눈빛이
꼬리를 물고, 물어 이어져 간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물음이 부담스럽고, 어렵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때, 그 자리에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 밖에 없다.

나의 이야기는 말로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을 감탄 시킬만한
파란만장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나는 순간의 말로 다 설명해 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지도 않다.
앞으로 역시 나의 대답은 한 번쯤 예상했을 법한 보편적이 말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나의 이야기는 절대로 나만의 것임을 자신할 수 있다.

어른이 되어갈 수록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라는 것을 찾게 된다.
"홈스쿨러라면?" 하는 사람들의 기대치에 부응할만한 그 무언가를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내 뜻대로 할 수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몇 번의 질문세례를 더 받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내 마음과 생각을 지키는 일뿐임을 꼭 기억하고 싶다.
체면이라는 것에 지고 싶지 않다. 그 것은 나에게 공허감을 가져다 줄 뿐이다.
내면과의 싸움에서 지고 마는 것이다.


나의 홈스쿨링은 '꿈'이다.

나에게 꿈 꿀 기회를 주었고, 꿈꾸게 하였다.
더 이상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profile

굶주린 늑대 

2013.04.11 00:08:32
*.18.118.229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은 한국사회의 무한경쟁구도 탈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서와님께 질문하신 분들중에
오히려 경쟁력 확보의 발판으로 홈스쿨링에 관심보이신 분이 있으셨나 보네요!

그런 질문에 자꾸 노출이 되면 본인도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서와님은 바른 자존감을 지니고 계신 것 같습니다!

좋은 스승이신 부모님 영향인가요? ^^

무언가에 호기심을 가지거나 질문을 하게되면
사람의 성격이나 관점이 어느정도 나타나죠!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으로 홈스쿨링을 질문하는 경우가
나에게는 없는지 오늘 잠들기 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rofile

클라라

2013.04.11 18:48:06
*.34.116.82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하우스만의 시
'내 나이 스물하고 하나였을 때'가 있어요.
"금과 은은 다 주어도 좋으나 네 마음만은 결코 주지 말아라.."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서와님의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생각났어요.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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