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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온'이 되기 위한 노동

Views 1872 Votes 0 2013.05.05 19: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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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온’이 되기 위한 노동



토기장이의 집은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이루는
선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몸과 마음의 훈련과정이 필요합니다.
거룩한 훈련은 불편한 진리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며,
정의의 길을 찾고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 함께 읽는 글 중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면서 토기장이 교회의 식구들이 함께 읽는 글의 내용 중 한 부분입니다.
토기장이의 집은 이 땅에 하나님나라를 일구어가는 작고 선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몸과 마음의 훈련과정이 필요합니다.
훈련과정 속에 노동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미와 가치추구를 갖고 있더라도 몸의 훈련과 체화된 영성이 없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경구나 자기만의 외침에 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기장이공동체는 노동훈련의 하나로 차로 30분 쯤 떨어진 곳의 [산중농원]이라는 곳에서
적화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과열매를 더 잘 영글게 하기 위해 사과 꽃을 적당히 따 주는 작업입니다.
사과나무에도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홍로라는 품종의 사과나무를 선별하여 사과 꽃을 따는 일입니다.

하루 동안의 노동일과는 이러했습니다.
아침 7시까지 농원에 도착해서 작업을 바로 시작합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거기 계신 선배 아주머니에게 배워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2시간동안 일을 하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낮12시까지 작업을 합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1시가 못되어서 다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오후 3시 반쯤 새참으로 국수를 한 그릇 먹었답니다.
그리고 오후 6시에 작업을 마쳤습니다.
아주 단순하죠. 일하고 먹고 일하고 먹고 집에 오는 것입니다.
제일 신나는 시간은 바로 새참 먹는시간이겠죠^^

하루에 11시간정도 서서 사과 꽃을 따는 일입니다.
농원이 아주 큰 지라 24명 정도가 일을 했는데 아직도 할 일이 많답니다.
어찌보면 단순노동이고 하루 종일 서서 하는 작업인지라 일이 힘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사과를 따는 적과작업 때보다는 덜 힘들었습니다.
사과열매가 무겁고 따서 옮기는 일도 만만치 않았답니다.
이렇게 사과나무와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하루 동안의 노동에 다섯 식구 모두 힘겨워했습니다.

그런데 노동을 하면서 가지는 작은 소망은 <함께 읽는 글>에서처럼
몸과 마음의 훈련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이 되어가려면 분명 훈련과정이 필요합니다.
몸의 훈련과 노동의 영성을 겸비해야 더욱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석 류영모선생님은 우리말의 여러 단어를 유희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얼이란 맑고 고귀한 정신을 뜻하며, 얼굴이 담긴 골을 얼골(얼꼴)>얼굴이라 합니다.
어른은 얼온이를 말한다고 합니다.
얼이 온전한 사람이 바로 ‘얼온이’ 즉 ‘어른’이라는 말입니다.
얼이 온전치 못해 얼이 없는 사람은 바로 ‘얼간이’입니다.
얼이 아직 들지 않은 이를 '어린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리석은 사람은 음~ 얼이 썩은 사람(?)을 말하는 것 같네요.^^

선생님의 말씀처럼 얼을 온전케 하려면
몸의 영성, 노동의 훈련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이 가지는 가치요 땅이 주는 영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사유하는 시간 또한 소중한 시간이지만,
노동하면서 단순한 삶으로 자신을 이끄는 것도 매우 중요한 순간들이라 여겨집니다.
저도 아직은 노동에 익숙하지 않아 쓰지 않았던 근육통으로 힘들긴 하지만,
쓰지 않았던 어떤 기관들을 움직임으로 얻게 되는 무언가가 분명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 일찍 잠을 청하고 또 내일 농원으로 출근합니다.
노동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든 분들,
오늘의 땀방울로 인해 눈물겨운 순간들도 있겠지만,
노동의 기쁨도 누리시는 아름다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런 하루가 되기를 기대하며 사과 꽃을 따 보겠습니다.
얼온이 되기 위해 몸을 움직여 깨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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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홍로란?
우리 나라 원예연구소에서 1980년에 ‘스퍼어리 블레이즈’에 ‘스퍼 골든 딜리셔스’를 교배하여 얻은 품종이다.
1988년 홍로로 이름 지었고, 추석기 출하용 품종으로 인정하였다. 꽃피는 시기는 5월 상순이다.
열매가 익는 시기는 9월 상순이지만 수확은 8월 하순부터 가능하다.
무게는 300~350g으로 중간 정도이고 형태는 긴 원형이다. 껍질은 짙은 홍색에 줄무늬가 있다.
속살은 흰색이며, 조직이 치밀하고 과즙이 많아 맛이 매우 좋다.
저장기간은 상온에서 50~60일 정도로 길며, 속살이 단단하여 먼 거리를 수송할 수 있다.
그러나 줄기겹무늬썩음병 발생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profile

클라라

2013.05.06 06:48:01
*.34.116.82

카르디아님,
이른 아침에 귀한 글 읽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온 가족이 사과꽃따기 작업을 하셨군요. 
과실나무 가지치기는 들어봤는데, 꽃을 따줘야 된다는 말은
저도 요즘에서야 처음 들었습니다.
하루 11시간 서서 노동한다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일지요.
그럼에도 유영모 선생님 말씀처럼 '맑고 고귀한 정신이 온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 '몸의 훈련과 노동의 영성'을 실천해가고 계시군요. 

반면에 저 같은 사람은 '얼이 온전치 못해 얼이 없는 얼간이'가 아닌가
성찰하게 되는군요.

profile

달팽이

2013.05.06 21:03:16
*.154.137.51

저도 오늘 하루종일 예초기로 풀을 베고
고구마 심었습니다.
힘든 육체 노동이지만 왠지 즐겁기도 합니다.
일한만큼 당장 눈앞에 소득이 없지만
일자체를 즐기려고 합니다.

노동과 기도가 한몸이 되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비틀비틀 거리며
바로 걸어려고 합니다.
내일도 노동속에서 삶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길 바랍니다.

 

profile

정용섭

2013.05.06 22:04:20
*.94.91.80

참 행복한 꿈을 꾸는,
아니 꿈을 꿀 뿐만 아니라
지금 행복하게 사는 토기장이 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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