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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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청 학부모 대학에서 ‘인문학 강좌’를 매주 시간 내어서 듣고 있습니다.
올해는 산청출신의 시인이나 학자들을 불러 그분들의 삶과 문학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산청관내 초.중.고 학부모 30명 신청자를 받아서 한 달을 조금 넘기는 총9강까지인데 어제까지 7강을 들었습니다.
첫강의 때에는 30명 이상 온 것 같은데 중반을 넘어서니 10명 안쪽으로 인원이 줄어들더군요. 저도 40-50분 정도 거리를 오가면서 강좌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첫날은 아내와 같이 참석했는데 남자는 저 혼자이더군요. 때론 혼자가기 뭐해서 성당의 신부님과 같이 가기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시간에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시간인데 나는 이렇게 한가하게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으면 되겠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더군요. 한편으로는 우리를 얽어매는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의 깊이와 넓이를 배워가는 공부를 통해 나름 행복의 길을 가는 내 자신을 보며 위안을 삼습니다.
어제는 ‘선비문화와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퇴임한 교장선생님의 강좌가 있었는데 그 중 귀에 들어오는 한 가지 이야기 있어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조선시대 왕이 정무를 볼 때 머리에 쓰는 모자를 익선관(翼善冠, 翼蟬冠)이라고 합니다. 익선관은 유래는 아주 먼 옛날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 )이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목을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한자로는 翼(날개:익), 蟬(매미:선) 즉, 매미의 날개를 닮았다고 인선관이라고 합니다.
곧게 뻗은 긴 입모양이 마치 선비의 갓끈 같다고 해서 文(문)이라 하고,
이슬과 수액만을 먹는다 하여 淸(청),
밭곡식이나 과일을 해치지 않는다고 해서 廉(염),
제 살 집조차 없으니 儉(검),
언제나 올 때 오고 갈 때 갈 줄 아는 信(신)의 덕이 매미에게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미의 오덕을 임금님이 나라를 통치할 때 다섯 가지의 덕목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백성에게 온유(溫), 선량(良), 선으로 충만하고 사악함이 없는 마음가짐(恭), 낭비와 사치를 피하고 검소함(檢),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오만해서는 안 되는(讓)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정무를 보는 자세를 가져야 했습니다.
한여름 쩌렁쩌렁 하게 우는 매미에게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올 여름은 매미가 예사롭지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임금님이 익선관을 쓸 때마다 마음가짐이 어떠했는지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정무를 볼 때 매미의 날개 모양의 익선관을 쓰고 정무를 본다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소한 마음가짐만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요즘처럼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7년 동안 매미가 되기 위해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2주 정도 살다가는 매미의 일생에서 공직자의 삶의 자세를 조금이나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곧 봄이 가고 여름을 알리는 매미 소리가 들려오겠군요.
작은 미물에서 조차 삶의 지혜와 교훈을 받아 지도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큰 깨우침을 이 시대가 소홀히 여기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13 5.9
익선관 그리고 매미의 오덕....조선시대가 아마 지금보다 나았을 거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혼란하지만 많은 분들의 노력이 시작된 만큼 이나라가 바르게 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