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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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간.2
정현종
금세기의 우리들이여
시간을 잃은 지 오래되지 않았는가.
생각해보자, 예컨대
돈과 기계에 마비되어
바삐 움직이면서
시간을 돈 쓰듯 물건 쓰듯 쓰기만 하고
시간자체! 시간 자체를 느끼는 일은 전무(全無)한 듯
하니, 시간의 꽃인 그 시간 자체는
어떻게 되었는가.
시간 자체를 느낄 때에만 피는 그 꽃
그 꽃의 향기 없이는,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코 없이는
인생살이도 이 세상도 허섭스레기일 뿐인데
시심(詩心)에서나 겨우 그 꽃 그
꽃시간은 희귀하게 동터오니
이미 망한 세상에서 우리는
이미 망한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여지없이 망한 인생임에 틀림이 없다.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p142
어딜 가나 꽃세상이다.
차를 타고 가면 도로 주변에 여려 종류의 꽃잔디와 영산홍이 봄의 정취를 더해 줍니다.
그냥 눈만 즐거울 뿐 천천히 자세히 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참 예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우린 너무 속력의 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자세히 보고, 그리고 오래 보지 못해 진정한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에 눈멀고 그저 보기 좋게 꾸며놓은 것에만 건성으로 보며 지나칩니다.
시간 자체를 느낄 때에만 피는 그 꽃
그 꽃의 향기 없이는 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코 없이는
인생살이도 이 세상도 허섭스레기일 뿐인데
그러고 보니 우리는 작은 꽃송이 하나 풀꽃 하나 들여다 볼 시간도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린 시간의 노예가 된 것일까요.
이 시간의 개념도 불과 2백년 밖에 되지 않은 것인데. 산업혁명이후 노동력을 측정하고 생산과 유통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도입된 것이 지금은 우리 삶을 파괴하는 멈추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시계적 시간 넘어 우리 삶에 향기와 의미와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카이로스(kairos)적 시간의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류 구원의 때에 예수님을 보내주신 것처럼 의미 있는 사건의 축척으로 이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5월,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며, 자세히 앉아서 풀꽃의 신비로움에 감탄해 보며 맑고 시원한 냇물과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진정한 행복한 삶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이 복되길 소망해 봅니다.
꽃시간...
꽃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작은 관심과 보살핌, 사랑으로 온 만물과 화해를 이루며
하느님의 선하신 일들을 이루어 나가는 새로운 한 주를 생각하게 됩니다!
2013 5.12
달팽이님,
좋은 시 올려 주셨네요.
시간자체를 느낄 때,
-여기서 시간은 달팽이님 말씀처럼
하나님의 시간이겠지요?
그 시간은 자신의 꽃을 활짝 피워주는 군요.
시인의 감수성이 진짜 부럽군요.
마치 시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사람처럼
자신의 '꽃 시간'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네요.
저도 좋아하는 정현종시인이니까,
한 편 덧붙여 볼께요.
제목은 "나의 자연으로"
더 맛있어 보이는 풀을 들고
풀을 뜯고 있는 염소를 꼬신다.
그저 그 놈을 만져 보고 싶고
그 놈의 눈을 들여다 보고 싶어서.
그 살가죽의 촉감, 그 눈을 통해 나는
나의 자연으로 돌아간다.
무슨 충일充溢이 논둑을 넘어 흐른다.
동물들은 그렇게 한없이
나를 끌어당긴다.
저절로 끌려간다.
나의 자연으로.
무슨 충일이 논둑을 넘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