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부끄러움에 관하여

Views 3964 Votes 2 2013.05.22 00: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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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입니다.
저는 한사코 거부하는데
"언어의 세계"가 자꾸 절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니..
어쩝니까요.. 뭐 좀 끄적거리는 수밖에요. 어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적 장애 남동생 둘을 가족으로 두고 있습니다. (아놔.. 짱나..ㅋ)
이들은 저의 드러운 성질 머리 때문에 웬만하면 쫌 제가 집에 없었으면 하는 욕망을 직간접으로 표출하죠.
뭐, 저 역시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는 어른아이 맞닥뜨릴라면 영성이고 나발이고 뚜껑이 몇 번은 들썩하기에
수업이 없는 날은 그냥 뭐 나갑니다. 일단 나가고 봅니다.ㅎㅎ

그래요. 오늘은 수업이 없었습니다.
딱히 나갈 곳도 없었고요. 
방에서 뒹굴뒹굴~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여기가 천국이로구나..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어느덧 이들이 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으이씨.. 독립을 해야지 원..ㅋㅋ)

약 3주 시험대비 관계로 예배는 물론이고 신학공부 모임도 못 나갔던 터라
엊그제 예배며, 모임이며 완전 필 받아서 아놔.. 이대로 영성의 대가가 되면 어쩌나..
정 목사님을 앞질러가면 어쩌나.. 오오.. 릴렉스 릴렉스.. 하던 그야말로 성령이 충만(풉!)한 이틀이었는데요..

남동생이 집에 오는 길에 바지에 오줌을 싸질렀나봅니다. (표현 좀 곱게...끙..)
밥을 챙겨주려고 보니 바지가.. 똬.... 
자, 영성이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분노 게이지 쭉쭉쭉쭉 상승상승상승~~~
목청 데시벨 쫘아아악~~ 솔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야이.. 씨... 멍충이 새끼야... 오줌을 왜 싸? 엉? 오줌을 왜 싸냐고? 엉? 엉?"

그 후로 이어지는 저의 지랄 발광!!!(표현이 좀 격합니다만, 딱히 적당한 표현이 없군요. 쩝!)

아, 그런데 말입니다.. 
참나 어이없게도 제 막내 동생이(얘도 지적 장애. 왜 너마저.. 아놔..) 한 마디 하지 뭡니까!

"아, 오줌 쌀 수도 있지. 누나는 뭘 그래."

아, 이 말을 듣는데 할 말이 없는 거에요.
논리적으로 전혀 군더더기가 없지 않습니까.
오줌 안 싸는 사람 없잖아요. 
뭐, 그래도 누나 체면이 있지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지요. 그러나 저는 졌어요. 이미.

" 너 이 새끼! 조용히 안 해? 아주 입을 찢............"

원래 사람이 자기가 졌다 싶으면 진짜 치촐해지잖아요. 논리고 나발이고 없어요. ㅋㅋ
막내가 제 말을 듣더니 아주 발악을 하더군요.

"뭐? 입을 찢어? 왜? 내 입을 찢어? 왜?"

그러게요.. ㅠ.ㅠ 명색이 언어 영역 강사가 저게 무슨... 왜 남의 입을 찢는다고 했을까요.. 아.. 저급..

마지막으로 막내가 한 마디 더 했습니다.

"내가 누나 때문에 못 살겠다. 집 나가야지!"

이 멘트는 뭐 우리집 가훈에 버금가는 유행 멘트로써 누구나 빡치면 나오는 멘트인데..
아놔.. 이 자식이 이렇게 묘한 타이밍에.. 이런 멘트를 날려서 누나로 하여금 부끄러움 작렬케 만들었으니..
그래서 겁나 졸렬한 저는 이렇게 마무리 멘트를 날렸습니다.

"야야~ 나가라, 나가. 아주 내 소원이다. 니가 나가면 갈 데나 있냐? 쏼라 쏼라~~"

부끄럽습니다.
이게 뭐 제 수준이니 어쩌겠어요. 쩝.
그래도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어~ 돌 던지시네..ㅋㅋ)
부끄러움 충만한 봄밤, 꽃미남과 은밀한 독대를 꿈꾸며 잠자리에 들어 봅니다.
오늘은 생명의 심층적 차원이고 나발이고 그냥 잘랍니다.
모두들 안녕히 주무세요. 

끝!!



 

라크리매

2013.05.22 10:09:13
*.41.197.64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은빛님의 빛나는 글이네요
인간이 간구 해야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안에서의 "안식"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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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2013.05.22 10:41:22
*.104.193.81

생명의 심층적 차원이고 나발이고....
아...미툐...ㅋㅋㅋㅋㅋ
우리 은빛을 정말 이뻐하지않을 수 없다면서..^^
profile

프시케

2013.05.22 11:32:54
*.213.105.172

공감 백만배입니다^^  원초적 감정의 언어, 덧칠 안된 막말이 이처럼 강렬한 울림을 줄수 있다는 걸... 
완득이 이후 간만에 느껴보는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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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2013.05.22 12:48:23
*.240.119.203

제가 늘 사용하던 언어를 글짜로 보니 친숙하기 그지없습니다.ㅎㅎ

마지막 문단이 어찌 그리 요즘 저의 마음과 잘 맞는지 모르겠네요...
생명의 심층적 차원이고 나발이고...ㅎㅎㅎ

피트

2013.05.22 13:44:27
*.194.139.29

정말 심층적으로 사시네요 뭐!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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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3.05.22 15:07:29
*.94.91.80

할 말이 없네요.

무위

2013.05.22 15:25:43
*.154.230.130

profile

굶주린 늑대 

2013.05.23 07:26:56
*.36.141.177

 무위 전도사님께서 저와 말싸움(?)하면 항상 지시는 이유가 제가 바보라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드네요! ^^
profile

바이올렛

2013.05.22 16:28:44
*.232.32.2

은빛님글에100% 공감하면서...
저도 특수아동을 대할때면
지적장애인 기준이 IQ 70이면 정상인은 70 ~120정도 되나요
130~150되는 사람이 나를보면  정말 머리가 안돌아가는... 
바보쯤으로 보이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은 빛님 글에서도 알 수있듯이
우리정상인이 그 들보다 모든영역에서 우수하진 않잖아요
우리 모두 그런 날이 오지않기를 바라지만...
언젠가 우리도 우리자손들의 속을 뒤집어 놓을 날이 멀지않아 오겠지요
제가 저의 어머니를 돌보면서 기도한 것 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희망의 끈을 놓지않고..지치지 않기를...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원합니다^^
profile

은빛그림자

2013.05.23 01:14:17
*.34.51.62

라크리매 - 많은 생각하시라고 쓴 건 아니고 뭐.. 그냥들 웃으시라고.. 힘들어 하는 분 있다면 다들 각자 무게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음요.ㅎㅎ

유니스 - 이뻐하신다면 꽃미남 투척 요망!!!

프시케 - 고매한 우리 다비아에서 막말이라니.. 깜놀하셨죠잉? 자꾸 들으면 중독됩니다요.ㅎㅎㅎ

임마누엘 - 사실 제가 늘 사용하던 말은 더 심합니다만.. 절제한 것입니다요. 욕 배틀 한 번? ㅎㅎㅎ

바람처럼 강물처럼 - 그쵸? 완전 심층적이죠? 아놔..ㅎㅎㅎ

정용섭 - 할 말이 없으시다니.. 아직 언어의 심층적 차원으로 들어오시지 못하신 겁니다. 반성하십쇼. 큭!!
(정 목사님 가끔 "그렇다면 여러분은 아직 진정한 영성의 세계로 들어오지 못한 겁니다" 이 멘트 하실 때
 우리들 을마나 약 오르는지 모르시죠잉? ㅎㅎㅎㅎ)

 무위 - 그래요. 언니. 저 진짜 매력있는 것 같아요. 푸하하하하.

바이올렛 - 지치지 않기를.... 이라고 하셨는데 이미 이빠이~~ 지쳤다는 점~~ 뭐.. 누구나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드럽게 지친다는 점~~ ㅎㅎㅎ

왜캐 댓글들을 많이 다신 겁니까요? 아놔..ㅎㅎㅎ

profile

굶주린 늑대 

2013.05.23 07:01:01
*.18.118.229

정용섭 - 할 말이 없으시다니.. 아직 언어의 심층적 차원으로 들어오시지 못하신 겁니다. 반성하십쇼. 큭!!

은빛그림자님 댓글을 읽으니
새로운 패러다임에 눈이 뜨이는 것 같습니다. @.@

까마귀

2013.05.24 06:15:48
*.154.230.130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에 대한 낭만적인, 나이브(소박,순박)한 환상을 가진 분들보면...
제가 이런 말 할 수 있는 자격있는 줄 아시죠?
물론 제 동생은 68, 저는 71이어서 안타깝게 탈락했지요. 우리집애 해석이랍니다. 이 딸*을 확!

후달리는 외모 절대 아니지요. 지난번 옆자리에서 제가 직접 가까이와 봤잖아요.
꽃미남, 맞습니다. 절대 동안, 동안종결자 맞구요. 눈이 부실 정도에요. 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아마 처음 마주하면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치고, 말도 잘 못할 거요. 그냥 방실방실 웃기만 할걸요

개봉박두, 두둥, 언제한번, 동생과의 기싸움에 대한 얘기 심도있게 해보고 싶네요. 재미있는 글 좋네요. 부럽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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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2013.05.24 10:56:13
*.116.197.153

저도 교육현장에서 수십명까진 되진않지만 장애인 교육을 했었지요
정신지체아(지적장애인)는 그래도 교육하기가 좀낫지요
정서장애아동의 경우 아침에 오면..조금만 기분이 맞지않아도
책상 걸상을 뒤집어 폭력을 휘두르며 아이들을 순식간에 공포분위기로 몰고갑니다.
어딜가나 매일 손을 잡고 다니며 수업을 해야했습니다.

4월에는 올해 취업한 졸업생이 전화왔습니다.
처음 자기반 28명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발달지체(정신 지체) 1명이 다른반에서 적응하지못해 자신의 반으로 왔다고
그래서 그 한명때문에 전체을 통솔하는데 너무너무 힘들어 죽겠다고
오죽하겠습니까...경험도 없는데다...가족이길합니까?...
더군다나 부모님이 자신의 자녀 그런 상태를 인정 수용하지 않을려고하니
부모님께 자녀이야기를 하면 우시기만 하신다고...
저도 현장에있을때 교실바닥에 앉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과거 특수학교에 있던 아동들이 이제 일반학교에 통합되어
30명정원에 2,3명의 발달지체 아동들이 있네요
영유아기에 잘 중재하지못하면... 이 후 다양한 검사를 통해 특수 아동으로 판정받지요
조기발견이 중요한데 다운증 경우 얼굴특성땜에 영아때부터 알 수있지만...
다른 장애는 늦게 발견되어 중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생각할때 영, 유, 초등교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제저녁에도 아는 지인이 1년된 다운증아기 안고 유아기관을 방문했다고
임심때부터 알긴했지만 유산을하지 못하고 출산을 했는데...
출산해놓고 너무 후회가되어 우울증으로 아기머리에 이불을 덮어놓았다가
아기 우는 소리에 깜짝놀라 이불을 벗겨.. 키우고있다는 이야깁니다.

장애는 부모잘못도... 더군다나 아동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리노력해도 장애인을 정상인처럼 만들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할 수있는것은 그 아이가 50이건 70이건 타고난 아동의 능력을 존중하고
하나님이 주신 만큼 행복하게 살 수있도록 도와주는겁니다.
비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장애(우리하고 다름을)를 수용해주지 못하는
인간, 사회, 물리적인 환경을 포함한 장애 세상은 정상인들이 만들지는 않아야 되겠죠
올해도 학생들과 실습 전...
<포레스트검프, 탬플그랜디, 안녕하세요, 닉 부이지치, 이창훈기자>등의
영화와 다큐를 보며  함께 웃고, 울고, 절망하고, 출산의 두려움, 희망들을 토론하며
교육현장에서 가족보다도... 더 다양한 장애아동과 부모를  만나야만 하는 학생들이  
장애를 우리 일반인의 능력이 다르듯이 하나의 개인차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희망을 포기하지않고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이게 나이브한 환상은 아니겠지요^^
 

콰미

2013.06.04 22:24:39
*.132.143.248

은빛그림자님 반갑네요.   현장성이 있어서  읽는동안 식겁했답니다.

저도 겜하다가 비슷한 수준의 욕을 한적이 많아서  좀 찔리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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