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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아 여자에게는 왕년에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다섯 남자를 갈아치울 정도로 바람기가 심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형사취수혼(兄死娶㛮婚)의 경우인가? 형사취수혼은 형이 아들을 얻지 못하고 죽었을 때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는 제도다. 고대 유대 사회에 이런 제도가 실행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여자가 어떤 경우였든지 불행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다섯 남편을 거친 여자와 비슷한 운명으로 살아간다. 삶의 뿌리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물질적인 토대가 어느 정도 갖추어졌거나 가족관계가 화목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삶의 뿌리가 견고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린왕자>에서 나무가 어린왕자에게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 인간들은 뿌리가 없어서 계속 방황하면서 서로 몰려다닌다고 말이다. 충만한 삶의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을까. 어떤 것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우리를 흔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뭔가를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지는 않는가.
에크하르트 툴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의 제목이 문득 떠오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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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열기가 한반도를 무덥게 만드네요.
그 열기가 불편한 듯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