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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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도시 병원에 뇌졸중으로 입원해계신 시아버님 간호해드리고 어제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아버님은 여든의 노구임에도 아직 정신, 체력 모두 건강하시어
회복이 빠릅니다. 이틀 전부터는 지팡이 짚고 화장실을 다니십니다.
사흘동안 병원에 머물면서 저는 식사를 간편히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원내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 사먹고 믹스커피 한 잔 타 마시면
딱 좋았습니다. 그러다 김밥에 물리면 근처 베이커리에서
잼이 든 달달한 빵 하나와 또 믹스커피 한 잔.
그런데 그제 저녁 아버님 저녁 식사 챙겨드리는데 TV에서
맛집 소개를 줄줄이 하더군요. 된장에 청국장에..그리고 하얀 밥.
저도 모르게 자꾸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ㅎ
아이쿠, 아무래도 오늘 저녁은 제대로 된 밥을 사먹어야겠구나,하고
병원 근처 식당 골목을 오가며 염탐을 시작했습니다.
이 동네는 밥이 좀 되직한 것 같어. 그래서 밥은 안되겠어..
(작년에도 아버님 편찮으셔서 다녀왔거든요.몇군데서 먹어봤는데
밥알이 올강올강한게 먹기가 좀 불편했더랬습니다.)
그래도 김치를 하얀 쌀밥 위에 척 얹어 먹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
그러면서 들어간 곳이 왠ㅋ 중국집이었습니다.
밥을 사먹다간 아무래도 작년처럼 낭패를 볼 것 같아 칼칼한 짬뽕을 먹기로 한 겁니다.
그런데 저 앞, 조리대 앞 단무지통 옆에 김치가 소복이 담긴 김치통이 보이는 것
아닙니까. 눈이 확 떠지면서 저도 모르게 김치 좀 많이 주세요,했습니다.
어찌어찌 짬뽕 면을 다 건져먹었는데,, 절대로,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밥을 이 새콤한 김치에 싸서 뚝딱 한 공기 더 먹고 싶어진 거에요..
그래서 아주머니께 밥 한 공기만 더 주세요, 김치도요! 하고 용감하게 말했습니다.ㅎ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나 했더니 저 벌써 娛拾* 넘은 아줌마라는 겁니다.
아주머니께서 제가 안돼 보였는지 밥을 고봉으로 갖고 오셨습니다.
아이구, 이거 너무 많으니 반만 덜어주세요..
그리곤 그 밥을 김치 얹어 한 숟갈 한 숟갈 다아 먹었습니다.
그러고나니 뭘 먹은 것 같더라구요.
식대를 내려는데 사장님, 짬뽕값만 말씀하시네요.
밥도 한 그릇 더 먹었는데요,, 하니 그건 그냥 나오는 거라 하십니다..
타지에서 받은 친절에,, 아니면 제가 조금 피곤했었나요.
찔끔, 눈물이 나려했습니다.
아직 사람들은 온유하고 착합니다.
아는 사람에게든 모르는 사람에게든 그냥 베풀고 싶어하는 마음.
이게 진짜, 마음이겠죠.
저는 그 마음을 참 고맙게 받고 나왔습니다.
때로는 육신의 갈증을 통해 더 큰 정신적 풍요를 누릴 때가 있나봅니다.
숟가락으로 퍼먹은 따뜻한 공깃밥으로인해 호반의 도시 C 시의 인심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기억할 것 같습니다.
위 한자어는 음만 차용했습니다. 제발 못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밥도 촉촉하니 먹기 딱 좋았습니다.
문학 소녀를 넘어 아줌마가 되신 분의 필력이 느껴지네요.
어, 혹시 등단을 하셨거나 등단 준비를 하고 계신지도 모르겠군요.^^
시아버님 병 간호하시느라 멀리 ㅊ까지 다니시는군요.
며느리의 따뜻한 간호가 있어 쾌차하실 듯 합니다.
저희 집에도 병원에 입원한 가족이 있어서,
병원에서 나오는 보호자 식사를 신청해서 먹고 있는데,
병원에서 주는 식사가 참.... 다이어트 하기에 딱인지라^^;;;
식탐없던 사람도 식탐이 생기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ㅎ
남편이 병원 식당 아줌마에게 식사 좀 넉넉히 달라고 했나봐요.
그랬더니 식당 아줌마께서 밥도 한 공기 더 챙겨주고 국도 한 그릇 더 챙겨주시네요.
옆에 환자들이 둘이 사귀냐고, 식당 아줌마가 너무 잘 챙겨준다고...ㅎㅎㅎ
환자도 환자지만 간호하는 사람도 힘들기는 매한가지 같아요.
남 눈치 보지 말고 드시고 싶은 거 있음 든든하게 식사하세요.
중국집 사장님이나 병원 식당 아주머니나
시아버님 간호하는 여름비님이나
무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여름비같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의미로 여름비란 닉을 쓰시는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