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 수가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여자의 말을 듣고 예수를 직접 보러왔다가 예수를 믿었다고 한다. 도대체 예수의 무엇을 믿었다는 말인가? 믿음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 여자가 예수를 가리켜 ‘그리스도 아니냐?’ 하고 말한 걸 전제하면, 그리고 42절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친히 듣고 그가 참으로 세상의 구주신 줄 앎이라.”라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동네 사람들도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믿음이 거기까지 나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예수의 그리스도성은 그의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비밀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단순히 영적인 호기심을 느낀 정도일 것이다. 그런 정도의 태도마저 사실은 소중하다. 그런 경험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영적인 호기심 없이 산다. 단순히 일상의 반복에 떨어진다. 사람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새롭게 자극적인 사건을 찾아 나선다. 영적인 호기심은 그것과는 다르다. 루돌프 오토가 <거룩한 것>에서 반복해서 말하듯이 거룩한 두려움에 대한 경험과 비슷한 어떤 것이다. 거기서부터 종교가 시작된다.

   종교심이 늘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의타적으로 만들거나 종속적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감정에 치우쳐서 비현실적인 사람이 되게도 한다. 19세기에 유럽 기독교는 이런 혹독한 비판을 많이 받았다. 병적으로 나기자만 않는다면 영적인 호기심,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적인 자극, 또는 영적인 공명은 우리를 어떤 궁극적인 현실과 만나게 해주는 첫걸음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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