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에 완성될 생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완전하고 절대적인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답을 찾기도 힘들다. 우리가 지금 상대적인 생명 세계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생명을 생각해낼 수가 없다. 기껏 해봐야 배고프지 않고, 병들지 않고, 싸움이 없고, 죽지 않는 생명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면 생명이 완성될까?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배고프지 않으면 배부름도 모른다. 배부름을 모르면 행복도 모른다. 병들지 않으면 건강한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죽지 않으면 살아있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의 상상력을 아무리 발휘해도 절대 생명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이는 곧 하나님을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성서는 우리가 하나님을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곧 하나님이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혹 하늘나라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름으로 합리적인 근거를 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경험을 무조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알 수 없는 특별한 현상을 그들이 경험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보았다는 하늘나라에 대한 묘사에 대해서는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것이 하나의 신비한 메타포라고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묘사라고 한다면 문제가 많다. 하늘나라는 하나님이다. 그들이 묘사하는 것은 곧 하나님이어야 한다. 절대 생명이어야 한다. 그들이 하늘나라를, 그리고 절대생명을 개념화하고, 묘사하고, 형상화하는 순간에 그 나라와 생명은 상대의 차원으로 떨어지고 만다.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십계명은 궁극적 현실이라 할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모든 관념을 포기하라는 명령이다.


종말에 완성될 생명은 하나님의 전권에 속한다. 그 생명은 우리에게 드러났을 때만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우리는 그 생명을 기다릴 뿐이다. 기독교는 그 순간을 가리켜 예수의 재림이라고 말한다. 생명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재림의 주님이 심판주로 오셔서 생명을 완성하신다. 알곡은 곡간에 넣고, 쭉정이는 불에 태운다. 우리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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