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몇 가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그걸 다 따라갈 수 없다. 질문을 더 요약해보자. 예수는 로마 체제를 부정했을까? 그래서 십자가 처형을 당했으며, 초기 기독교는 좌고우면 없이 그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 것일까?


복음서만을 통해서 예수와 로마 정권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복음서 기자들은 그것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앞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역사적 예수에 관해서 관심이 없었다. 역사적 예수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케리그마의 그리스도다. 부활경험을 통해서 이미 주(主)이며 메시아로 고백된 그리스도를 선포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역사적 예수를 전할 뿐이다. 로마(정치)에 대한 예수의 입장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복음서에서는 간접적인 흔적만을 찾을 수 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옳지 아니하니이까.” 그러자 예수는 가이사의 형상이 새겨진 로마 화폐를 보이라 하시면서 대답하셨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 이 대답은 정치적인 게 전혀 아니다. 트집을 잡기 위한 바리새인들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헤롯은 예수를 제거하려고 했다. 예수의 탄생 설화에도 나오고, 공생애 전승에도 나온다.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가서 저 여우에게 이르되 오늘과 내일은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고치다가 제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 하라.”(눅 13:32) 이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전승인지 모른다. 복음서 기자들이 당시 분위기를 그렇게 느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전승은 예수와 빌라도의 관계다. 예수는 산헤드린에서 종교재판을 받은 뒤에 빌라도 법정에서 정식으로 형사재판을 받는다. 공관복음서 기자들은 비교적 빌라도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다. 빌라도가 예수에게서 어떤 범죄 사실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래서 석방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의 석방 시도가 실패한 이유는 유대교 지도자들의 압력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했다. 공관복음서 기자들과는 달리 사도신경은 빌라도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만 전한다. 예수는 빌라도에게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고 말이다. 로마교회의 세례 고백문인 사도신경이 이 사실을 적시한다는 것은 초기 기독교가 로마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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