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은 로마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적극적인 항거다. 초기 기독교가 팍스 로마나가 아니라 팍스 크리스티(그리스도의 평화)를 외친 것과 같다. 이유가 무엇인가? 팍스 로마나는 힘의 논리다. 자신들의 평화, 즉 자신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질서를 위해서 다른 이들을 힘으로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다. 팔복의 각 항목을 보라. 그것은 힘의 논리와 정반대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로마 시대에 일종의 ‘루저’다.


팍스 로마나 이념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면 오늘의 세계를 보면 된다. 오늘의 세계는 ‘팍스 아메리카나’ 이념이 지배한다. 미국의 평화 논리가 모든 것을 압박하고 유혹한다. 주변 국가들도 거기에 동조한다.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에 목숨을 건다. 미국이 피로 대한민국을 지킨 건 맞다. 그런 생각이 50년 이상 이 나라를 지배해왔다. 앞으로 또 50년 이상 그런 생각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걸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각하면 종북 좌파로 몰린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계속 구입해야 한다. 전투기, 장갑차, 마사일 등등의 구입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그 무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도 팍스 로마나 이념과 다를 게 없다.


초기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이념에 맞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팍스 로마나가 우상숭배였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은 자신들의 제국을 더 강하게 하고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를 절대화했다. 그것의 하나가 황제 숭배였다. 황제는 곧 로마 자체를 가리킨다. 공공기관에 황제 상을 세워놓고 그 앞에서 경배하게 했다.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그런 의식에 참여해야만 했다.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했듯이 말이다. 황제 상 숭배를 거절한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의 공무원이 될 수 없었다.

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3126 냉담신자 [7] Aug 08, 2013 4692
3125 강단의 위기 Aug 07, 2013 2360
3124 한국교회 문제의 책임 [28] Aug 06, 2013 4331
3123 잠자는 식물 Aug 05, 2013 3244
3122 설교 맛보기 Aug 03, 2013 2504
3121 구어와 문어 Aug 02, 2013 2862
3120 기차소리 [2] Aug 01, 2013 3103
3119 해병대 캠프 [2] Jul 31, 2013 3081
3118 야간 사격장 Jul 30, 2013 2567
3117 고추 file Jul 29, 2013 2477
3116 팔복쓰기를 마치며... Jul 27, 2013 2368
3115 팔복 영성 Jul 26, 2013 2850
3114 팔복(30) 제자의 삶 [1] Jul 25, 2013 2847
3113 팔복(29) 하나님 나라와 교회 [4] Jul 24, 2013 3914
3112 팔복(28) 디카이오수네 Jul 23, 2013 3350
3111 팔복(27) 평화와 한민족의 분단 [2] Jul 22, 2013 2287
3110 팔복(26) 에이레노포이오스 [1] Jul 21, 2013 2537
3109 팔복(25) 소외된 자들 Jul 20, 2013 2285
3108 팔복(24) 황제 숭배 Jul 19, 2013 2624
» 팔복(23) 팍스 크리스티 Jul 18, 2013 2736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