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일러바치기

Views 2327 Votes 0 2013.09.27 11: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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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9시쯤 귀가하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마침 보행도로 신호등이 녹색불이어서
빠른 걸음으로 건널목 앞까지 왔습니다.
양쪽에 차들이 정차해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건넜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깐 건너도 될까 주저했지만 아직 녹색불
시간이 넉넉히 남아있는 듯하여 빠른 속도 그대로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 건너려는 순간, 왼편에서 보이지 않던 오토바이가
구불구불 차 사이를 빠져나와 제 앞을 확 스칠 기미였습니다.
놀란 저는 몸을 멈추어 뒤로 빼고 뒷걸음을 쳤습니다.
그 사이 오토바이는 쌩! 하고 제 코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한테는 금지의 표시, 빨간신호등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ㅠ
오토바이와 부딪히지 않으려고 뒷걸음친다는게..
뒷발이 인도 차도 사이의 턱에 부딪혀
저는그대로  털썩 주저 앉았네요. 그때
꼬리뼈가 시멘트바닥에 (좀 과장하면) 쎄게 부딪혔습니다. 아, 꼬리뼈! 
그리곤 몸을 뒤로 빼려는 힘이 너무 컸는지 그대로 뒤로 넘어졌습니다.
주위엔 사람이 없었고, -아니 지금 생각하니 차들이 있었네요. 차 안에
사람들이 있었을테고..-
누워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습니다.
그냥 멍 하니 그대로 있는데 조금 있으니
어떤 여자분이 괜찮냐면서 다가왔습니다.
그제서야 아 일어나야 하는 거구나 생각하며 일어나 앉았습니다.
괜찮다, 건너려는데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바람에 넘어졌다 고맙다 했습니다. 
그 말을 하는데 눈물이 비질비질 나오는 거에요.
그분은 그래도 몇 번이나 더 괜찮냐 묻고는 가셨습니다.
저는 그대로 바닥에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얼마 후 정신이 돌아와서야 일어나
길을 건너 무사히 집 안에까지 왔네요.
에구, 좀 놀랐는지 가방 내려놓고 이방 저방 왔다갔다
하다가 울음이 터져나오는데,,
그냥 그대로 울게 뒀습니다.ㅎ
그래도 풀리지 않아 남편에게 전화로 방금전
있었던 일을 다 일러바쳤습니다.
그러고나니 좀 진정이 되더라구요.
꼬리뼈가 점점  아파오고 허리까지 슬슬 아파오네요.
애들(고1,고3)이 늦게야 왔는데 하나 하나 들어올 때마다
또 일러바쳤습니다.ㅎ 중간에 찔끔찔끔 울면서.
아, 아이들이 부모에게 일러바치는 그 심정을
저는 어제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제가 딱 아이 때로 돌아가있었으니까요.
딸 아이는 엄마 내일 병원에 꼭 가봐 합니다.
아들녀석은 털썩 주저앉더니 제 팔을 두손으로 꼭 잡고 '괜찮아?' 하는데
눈물이 그렁,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더군요.(요것도 과장입니다.
물기만 살짝 비쳤습니다.ㅎ)
그런데 그게 참 위로가 되더라구요. 
아침에 애들 밥 차려주고 옷도 다려 입혀 보내곤
다시 한 숨 잤습니다.
어제보다 몸이 묵직해졌고 꼬리뼈도 그대로 아프지만
괜찮을 것 같네요. 오토바이랑 부딪히지 않은 게 어딥니까.
대신 꼬리뼈가 며칠 고생하겠지요.
예전엔 누가 꼬리뼈 다쳤다고 하면 괜히 웃음이 비식 새어나오곤 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순전히 익살스런 이름 때문인것 같습니다.
꼬리뼈가 뭡니까, 꼬리뼈가. 건전한 이름으로 다시 지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꼬리뼈가 아니었으면 충격으로 내장이 다쳤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별 생각이 다 드는 게,, 
꼬리뼈는 꼭 그 자리에 있어야하는 중요한 신체기관 중 하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날이었어요.

그리고 누구 탓할 것도 없이 어제의 일은 순전히 제 부주의로
일어난 겁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신체 속도라는 게 있는데
그걸 무시한 거죠. 신호등 앞에서는 천천히 안전하게
행동했던 제가 그걸 간과하고 팔팔한 10대 아이들 흉내를 낸거죠.

에궁, 사랑채에서 이런 시시콜콜 아줌마수다를 풀어놔서 죄송합니다.
이것 쓰고 있는데 남편한테 괜찮냐는 전화가 왔는데
또 눈물이 나와서 징징 울었네요.ㅎ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나이들수록 마음이 신체리듬을 잘 맞춰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꼬리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아
그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아줌마아침수다꺼리를 딱히
풀데가 없어서였는지 이곳 사랑채에 풀어놓습니다.
너무 흉보진 마시구요..



 


무위

2013.09.27 13:20:00
*.154.230.3

일러바치기가 얼마나 속이 시원한데요.ㅎㅎ
글로 써서 일러바치기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어서 더 속이 시원할 것 같아요.
그렇게 일러바칠 누군가가 있다는 거, 참 감사한 일입니다.
평소에 서로 서로 일러바치기 할 사람들을 좀 사귀어 놔야겠어요.^^
그런 일 겪고나면, 몸도 놀라지만, 사실은 정신적으로 더 놀라는 것 같아요.
몸과 마음 모두 빨리 회복되시길 바랄게요~~
profile

여름비

2013.09.27 18:22:23
*.182.17.150

오늘 낮에 계속 잤어요. 잠이 보약이라고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습니다.
지금보니 제가 엄살이 엄청 심했네요.ㅎ 감사합니다~

profile

정용섭

2013.09.27 23:22:59
*.94.91.64

정말 큰일 날 뻔했군요.
종이 한장 차이로 꼬리뼈에 충격이 가는 것으로 끝났네요.
다행입니다.
운이 나쁘면 직접 오토바이에 부딛칠 수도 있고,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오늘 푹 자고 후유증이 없는 걸 보니
다 잘될 거 같군요.
보통 때 운동 좀 하시는지요.
큰 운동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스트레칭 정도만 꾸준하게 해도
위급시에 대처하기가 좋을 겁니다.
내일도 푹 쉬고 더 좋은 몸 상태로 주일에 뵙지요.
profile

여름비

2013.09.28 10:22:46
*.182.17.150

감사합니다 목사님. 그러잖아도 주저앉지 않았다면 아마 선 채로 넘어져 머리가 다쳤을 거 같습니다.
일상에 감사하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Lucia

2013.09.28 10:40:54
*.100.13.208

여름비님~ 꼬리뼈가 아파서 일러바치는데
좀 웃어서 미안합니다..
아주 귀여우신 엄마모습이 그려져서요
괜찮으신다니 다행이예요
우리 아줌마들은 평지에서도 삐긋하다 부러진데요..
저는 요즘 새벽녘 일어나는 시간쯤이면 손이 저려와요
뭔가 하여 찿아 보니 방아쇠수지 증세가 같았어요
힘들여서 하는 운동도 일도 없는데...
아, 저도 지금 일러바치기 하나 한 거예요~
여름비님~ 가족의 염려가 안 아프게 했을거예요
늘 건강하세요.

profile

여름비

2013.09.28 13:52:28
*.140.79.27

루치아님, 감사해요.
강원도 말로 엉구럭을 좀 떨었어요.
제가 그래도 되는 게 평상시에 애들이 얼마나 저를
부려먹는다구요. 이번 기회에 엄마도 약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데 쪼금 성공한 것 같아요.ㅎ 일부러 그런건 아니지만요.
손저림은 혹시 철분약을 보충하시면 좀 낫지 않을까요?
모르겠네요. 잠이 부족해도 손저림이 오는 것 같더라구요..
주말 잘 보내세요~
 

profile

굶주린 늑대 

2013.09.29 00:14:50
*.18.118.229

크게 안다치셨다니 다행입니다.
꼬리뼈는 정말 소중한 신체기관이죠!

꼬리뼈에 연결된 인대만 잘풀어주어도
근육통과 피로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빨리 통증이 가시기를 ...

PS. 아름다운 가족애입니다. ㅜ.ㅜ

profile

여름비

2013.09.29 15:43:39
*.255.38.205

잠이 자꾸 오는걸 보니 자연치료를 잘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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