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화)
삶(13)
우리는 보통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일까?
가장 기초적인 대답을 한다면
가치가 있는 삶을 가리킨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려면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각각 다를 것이다.
부자, 사회적 지위, 명예, 학문적 업적, 정치적 야망...
또는 봉사, 구제, 인간애...
이런 일을 위해서 열심히 산다.
그런 걸 성취함으로써 삶을 의미 있게 사는 것으로 여긴다.
그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해결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살필 것까지도 없다.
그냥 직관해보면 안다.
직관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도 없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저절로 느껴진다.
이런 문제를 여기서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이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거고
모르는 사람은 말해도 귀에 들리지 않을 테니까.
내 경우를 말하는 게 좋겠다.
지난 3월 중순 경에 원당으로 이사 왔다.
주변이 온통 나무, 새, 나비, 벌, 꽃이다.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다가 전원으로 왔으니
교통편이나 물품구입 등,
약간의 불편한 거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현재 생활환경에 만족한다.
매일 숲으로 소풍을 나온 것과 비슷하다.
어디에 대고 사진기를 눌러도 풍경 작품이 잡힌다.
이런 삶은 단순히 재미일 뿐이지
의미 가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라고 해도
그것은 곧 나에게 그렇고 그런 일상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일상에서 다시 아파트 생활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만
이것이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어떤 것을 통해서도 인간은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삶의 완성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성서에 따르면 그 답은 인간의 피조성이다.
피조물은 스스로 생명을 완성할 수 없다.
생명 완성이 불가능한 실존을 더 엄격하게 말하면 죄다.
그 어떤 방식으로도 여기서 우리는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착각이다.
착각하면서 사는 게 오히려 속 편할 수도 있긴 하나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러니 멋있게 살아서,
또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서,
남에게 존경 받아서 삶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옳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최선일까?
누가 이런 글을 썼더군요.
어제 = HIstory
오늘 = Story
내일 = Mistery
라고.
말장난 같지만,
지나버린 역사나 알수 없는 일에 대한 막연함보다는
오늘을 이야기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각각 저마다의 삶과 그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결국 내 삶은 내가 살아야지 누군가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것이니 말이죠.
(하나님을 기본 전제는 하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닐테지만,
저처럼 생각이 짧은 사람이 위에 물음을 읽고 자칫 이글을 허무주의로 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