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월)
어제 설교의 성경 본문은
예수님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십자가에 처형당하는 바로 그 순간에
예수님은 정체를 의심받았다.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면,
즉 그리스도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그리스도라는 증거를 대봐라, 하는 소리다.
설교 앞부분에서 짚었지만
이런 의심은 그의 공생애 출발부터 있었다.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하는 중에
마귀의 시험을 세 가지나 받았다.
그 시험의 핵심도 위의 십자가 사건 때의 의심과 같다.
당신이 그리스도라면,
혹은 스스로 그리스도라는 확신이 있으면
그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거였다.
공생애 초기로부터 시작해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운명은 정체성에 대한 논란으로 점철된 셈이다.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정체를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실은 난센스다.
우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생각해보라.
하나님이 사람처럼 자식을 두는 게 아니지 않는가.
하나님이 아들이 무슨 뜻인지 다 밝혀진 게 아니라
여전히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스도’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사전적인 뜻으로만 본다면 간단하다.
그리스도는 구원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인간과 세계 전체의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는 그리스도가 어떤 뜻인지 다 아는 게 아니다.
구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모르는 마당에
구원자가 누군지를 말하기는 더 어려운 게 아니겠는가.
구원의 정체가 더 드러나야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말의 의미도 더 밝혀질 것이다.
예수의 정체가 아직 완전하게 드러난 게 아니니
그를 그리스도로 믿을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믿음은 온전히 견지하되
그 내용은 꾸준히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 세상이 완성될 때까지,
그것이 이뤄질 마지막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