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올립니다.
목사님의 설교나 글 중에도 그런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기독교 영성관련 서적에도 그런 표현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리스도와 일치, 그리스도와 연합, 그리스도와 하나 등등
이런 표현들이 어떤 의미를 말하는가요?
그리스도와 일치는 이미 세례를 통해서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세례를 받았다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리스도와 일치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도대체 기독교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와 일치는 어떤 사태를 가리키는지 알고 싶습니다.
얼마전 중세때 뛰어난 영성가가 쓴 관상기도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관상기도의 궁극적인 목적도 그리스도와 연합이고 일치라고요.
그런데 그 글에서는 그리스도와 일치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아 절망~~
한편으로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위의 영성가의 주장이 옳다면
세례를 통한 일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무언가 황홀경 같은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그리스도와 일치라고 말하는 건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나, 토마스 아켐피스 같은 영성가들이
경험한 일시적인 영적경험 같은 것을 말하는 건지요?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비 경험을 한 후로 자신의 작품인 신학대전을
쓰레기 같은 것으로 고백했다는 글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관상기도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와 일치는
무의식 상태에서 경험하는 황홀경은 아니고
철저하게 이성을 유지한다고 말하더군요.
다시 여쭈어 봅니다.
제 생각에 그리스도와 일치가 여러 종류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목사님이 생각하는 그리스도와 일치는 어떤 것인가요?
세상적인 삶으로 기울어진 기독교인들에게 성경대로 살라는 뜻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뜻을 분간하는 것을 말하는지 모호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가
막상 남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할려면 턱 막힙니다.
대림절을 앞두고 목이 마릅니다.
좋은 가르침 부탁합니다.
아우 님 덕분에 제가 많은 걸 배웁니다.
기독교 신앙을 삶의 현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반신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하는지를 알게 되네요.
고마운 마음으로 성실하게 답변해야겠습니다. .
다시 확인해보니 이 주제로 며칠 전에 매일묵상 코너에서 이미 글을 썼네요.
링크를 달테니 참고하세요.
http://dabia.net/xe/mark/719678
위 글로 만족할만한 대답을 찾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한 가지만 보충하는 것으로 정리해야겠네요.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음악경험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세요.
바흐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그가 정말 예술을 알고 경험한 사람이라면,
연주할 때 바흐의 음악경험을 그대로 합니다.
음악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그렇다고 바흐를 무조건 흉내내는 건 아니고
오히려 창조적인 연주를 합니다.
그는 바흐의 곡과 일치한 연주자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경험한 사람도 그와 같은 거에요.
그리스도를 통해서 참된 기쁨과 평화를 경험합니다.
이런 게 실제 삶에서 잘 안된다는 거지요?
아직 바흐의 곡을 알지 못하는 아마추어 연주자와 비슷한 겁니다.
프로 연주자가 되려면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그리스도와의 일치가 계속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깊어지는 거지요.
일단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보세요.
다른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