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2)
헌금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꼭 헌금을 해야 하나?
헌금 없는 교회는 가능한가?
구약의 제물과 신약의 헌금은 같은 전통인가?
헌금과 연보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왜 한국교회에만 십일조 헌금이 있나?
가톨릭교회는 왜 십일조 헌금을 하지 않나?
헌금을 얼마나 내야 하나?
기명헌금이 옳은가, 무기명헌금이 옳은가?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돕는 것도 헌금에 속하나?
목사들도 스스로 노동해서(자비량 선교) 먹고 살면 안 되나?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 게 최선인가?
등등...
여기서 모든 문제를 균형 있게 다 다루기는 힘들다.
단순히 신학 에세이 정도의 글로 만족하자.
미리 밝혀두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1)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전업 목사라는 사실은
자칫 한쪽으로 치우친 글을 쓰기 쉽다.
어제의 글에서 내가 지난 40 여 년간 헌금을 제법 바쳤을 거라고 말했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다 교회로부터 받은 것이니
일반 신자들의 헌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2) 각 교회는 나름으로 교파, 전통,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에
헌금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각 교회의 상황을 무시하고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헌금 개념과 대안들을
모든 교회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
어제 언급한 절기헌금만 해도 그렇다.
이미 수십 년 이상 그런 전통으로 내려온 제도를
당장 폐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십일조 헌금도 마찬가지다.
각 교회의 구성원들이 그런 식으로 합의를 보았다면
십일조 헌금을 무조건 폐기할 수 없다.
아무리 신학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교회 공동체를 훼손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회가 먼저이지 신학이 먼저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교회가 먼저라고 하더라도
신학적인 토대에서 개혁되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말이 나온 김에 교회와 신학의 관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
기독교의 출현과 유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다음의 항목을 그 중요도에 따라서 순서를 매겨보자.
성경, 신학, 교회.
서로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정확한 순서는 이렇다.
교회-성경-신학
신학보다 성경이, 성경보다 교회가 우선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성경은 교회 공동체의 신앙 경험에서 나온 거지
처음부터 독립적으로 있었던 게 아니다.
신학은 성경이나 교회보다 더 하위 개념에 속한다.
칼 바르트가 한 유명한 말이다.
‘신학은 교회의 기능이다.’
신학은 교회를 변증적으로, 비판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는 거지
교회와 분리된 상태에서 수행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즉 신학을 위해서 교회가 있는 게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 신학이 있다.
목사님, 언제나 길지 않은 묵상이지만 늘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듭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에 좀더 나눠주시지 하는 감질맛이 늘 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