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5)
앞에서 헌금의 왜곡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말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헌금에 참여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헌금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도 둘로 구분된다.
하나는 헌금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으로 궁핍해서 어쩔 수 없는 이들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야 여기서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다.
돈이 없는 사람은 헌금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헌금 냉소주의자라 할 수 있는 첫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영혼이 건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헌금 행위는 쉽지 않다.
철저하게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 그렇다.
기복적인 태도로 헌금을 드리는 사람이나
냉소적인 태도로 헌금을 드리지 않는 사람이나
동일하게 물신 숭배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몇 가지 논리 중에서 하나는 다음이다.
교회 자체 내 소비로 사용되는 헌금을 드리기보다는
사회에 기부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이다.
내 생각에는 그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사회 기부금도 간접적으로 헌금에 속한다.
그러나 교회에 속해 있는 사람이 교회 헌금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회 기부금을 성실하게 내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쪽이 인색하면 저쪽으로도 인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결국 헌금을 많이 내라는 말이구나, 하고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헌금 액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건 다 알 것이며,
하나님과 그분의 일은 돈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는 것도 다 알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개별 신자의 영혼에,
즉 하나님과의 관계에 속하는 문제라는 뜻이다.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과 관계되지 않는 게 없긴 하나
자본이 철저하게 지배하는 오늘의 세계에서
헌금은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상투적으로 인용되는 말이지만
돈을 어떻게 쓰냐가 바로 그 사람의 정체이며
더 나가서 신앙의 깊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