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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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가 간다
조재도
그분은
죽으면 생전 지게질에 어깨부터 썩는다는
농부였다
나도 그 어르신을 잘 안다, 그분은 내 친한 친구의 아버지 였다
아랫목 방구들 싸아하니 식어지면
마른장작 가져다 군불을 때고
고욤나무에 접붙여 가을을 열게 하던
그의 사투리 같은 삶이 마침표를 찍었다
집도 아닌
아들네도 아닌
낯선 도시 희디흰 중환자실 침대 위에서
최후의 눈꺼풀이 고단한 생을 덮었다
호박색 조등(弔燈)이 걸리고
나무즙을 빨아 대던 매미 같은 자손들이
울음도 이만저만 수그러들고
치러야 할 일로 분주하기만 한 시간
나는 문득 처연해진다, 영안실 앞 문상객을 위한 천막 안에서
지겟작대기로 살아온 그분들의 삶
누천 년 이어 온 흙빛 원시의 삶도 이제 그분이 마지막이고
사라져 가는 그들 뒷모습을
그나마 추억하는 것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을 거란 생각에
흘러가는 이야기로 지금 "이 세대가 부모를 모실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으로부터 버림받는 첫 세대가 될 것이다" 말을 오래전 들은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사실, 지금도 나이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이 멀쩡하게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판 고려장의 소식이 자주 들린다. 세대가 바뀌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말입니다. 그것도 아주 뒤틀리게 말입니다.
파란만장한 한 시대의 주역으로서 기아와 전쟁과 헐벗음의 가난속에서, 또한 산업화의 주역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고 가던 한 세대가 빛바랜 모습을 뒤로 하고 긴 한숨과 절망을 안고 우리 역사의 뒷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 세대가 물러간 자리에 다음 세대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내심 걱정이 됩니다.
'그의 사투리 같은 삶이 마침표를 찍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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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천 년 이어 온 흙빛 원시의 삶도 이제 그분이 마지막이고'
그나마 추억하는 것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 거란 생각에...'
왠지 모를 속이 빈 허털감이 이 시에 느껴져 마음이 울울해 집니다.
세대의 단절과 공동체성이 무너저버린 삶이 과연 무엇을 우리에게 남겨 줄런지요...
잘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식을 위해서도 아니고,
가족을 위해서도 아니고,
먼저 내 자신이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내야 한다는 것, 이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긴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들 그 안에서 만들어 지는 내 삶의 모든 것들을 긍정하며
달패이 처럼 느릿 느릿 주어진 내 삶의 소명을 찾아 걸어가는 길 밖에...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