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상
영정을 고여놓고
떡 고기 전 괴고
조율시이 홍동백서 진설하고
메 올리고 삽시(揷匙)하고 나서
땅 땅 땅 세 번 정저소리 울리고
유세차 축도 읽고
일곱 살짜리 상주
꾸벅 절하고 잔 올리고
미망의 여윈 아내 울먹
절하고 잔 올리고 큰동생 절하고
친구들 하나둘 절하고
막내여동생도 잔 올리고
밖은 어느덧 어둡고
안개비 깔리고
그대 육신 이제 흙 속에서
많이 상했으리
잘 가라 그대
이승의 마지막 밥이니
배불리 들고
술 취해 흔들흔들
잘 가라 그대
* 감상- 탈상(脫喪)은 보통 백일이다. 가족에게 상보다 더한 슬픔은 없겠으나 그런 슬픔에 매달려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백일로 끝내라는 뜻이리라. 그렇다고 해서 망자를 어찌 잊겠는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탈상 의식을 치루고 있는 가족, 친구들도 결국 망자의 길을 곧 따라가야 한다. 어디로?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망자를 향해서 밥이나 배불리 들고 술 취해 흔들흔들 가라고, 그래도 ‘잘’ 가라고 말한다. 그것은 어느 순간 자신이 가야 할 바로 그 자기의 망자에게 한 말이리라. 우리 기독교인들이야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니 환희의 노래를 부르며 가라고 말할 수 있긴 하다. 여기서 어떤 하늘나라인지, 어떤 환희인지를 잘 분간해야 할 것이다. 흔들흔들 잘 가라는 말과 한편으로는 다르나 다른 한편으로는 비슷하다.
우리의 지난 삶을 뒤돌아보는 건
마치 오래 되어 빛 바랜 사진을 보는 거와 비슷합니다.
언젠가는 그 모든 것도 사리지겠지요.
그 순간이 죽음일 텐데요.
잘 가라, 잘 있어라,
뒤따라 가마, 그래 먼저 갈 테니 좀 뒤에 와라...
뭐 이런 대화로 정리될 수 있겠지요.
친구와 밖에서 놀다가
나 먼저 집에 들어갈게, 하고 말하는 아이들처럼
저에게도 올 그 순간을 그런 평상심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런 영적 경지가 억지로 되지는 않겠지요.
살아있는 동안 하나님과의 일치를 실제로 경험하는 게
거기에 이르는 최선이니
남아있는 삶을 거기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원당에는 눈이 제법 내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려는지...
조문객들도 곧 고인의 운명으로 떨어지는 것^^
우리 삶은 바로 그 순간을 준비하는 과정인 것을
젊음의 날에는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몸소 느낄 때 쯤에는 막연하게나마 느끼겠지요^*^
김사인의 '탈상'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임마누엘의 은혜를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