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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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영화감독 키에슬로프스키(1941-1996)의 10부작 데칼록(십계명) 중에서
제1편 “어느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오늘 DVD로 보았다.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은 십계명의 제1 계명에 대한 감독의 해석이다.
“너는 나 외에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주인공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남자로서
초등학교 아들을 두었고,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그는 무신론자로서 컴퓨터에 전문가다.
컴퓨터가 나름으로 인격적인 속성이 있다고까지 믿는다.
머리가 좋은 아들도 아버지에게서 컴퓨터를 배웠다.
주인공 남자는 아들을 끔찍이 사랑한다.
아들이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빠져 죽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는 몇 가지 일들이 겹쳤다.
1) 떨어져 사는 엄마에게서 성탄절 선물로 스케이트를 받았다.
2) 아버지는 날씨와 호수 물의 깊이를 컴퓨터로 계산해서
아무리 무거운 사람이 들어가도 깨질 염려가 없을 정도로
얼음이 두껍게 얼 것이라는 답을 얻는다.
3) 정규 수업 다음에 이어지는 방과후 학교 영어 수업 교사가 아파서
수업이 없게 되자 아들은 호수로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남자 주인공은 (아마 추모 미사를 위해서 차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야외 미사단의 아래 강단을 밀쳐 무너뜨린다.
촛농이 마리아 눈 아래로 흘러내린다.
마치 마리아가 울고 있다는 듯이.
수백 명의 고등학생들이 이미 사망했거나 실종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 앞에서 우리는 망연자실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하던데,
이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 어디 있으랴.
이번 참사에도 몇 가지 일들이 겹쳤다.
겹치지 않았다면 이런 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일은 선장이 위급 상황에서 판단력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원래 그런 정도의 인격과 감수성밖에 없는 사람이었나?
출항하기 전에 어디선가 불미스런 일을 당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일까?
사람의 운명은 아주 사소한 일이 빌미가 되어 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허무하지만, 우리의 인생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무죄한 자의 고통이 왜 일어나는 걸까?
전능하다는 하나님은 그 시간에 무얼 하신 걸까?
부모와 친구들의 그 고통을 하나님은 어찌 위로 하시려는 걸까?
그는 불행을 막아줄 능력이 없는 존재인가?
우리가 자식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에 심판하시는 걸까?
하나님보다 컴퓨터를 더 신뢰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일까?
속 시원한 대답을 할 사람은 없다.
하나님도 울고 계시다는 말 밖에는.
또 하나 화가 나고 가슴 아픈 것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분향소를 왜 단원고 근처에 설치했냐는 겁니다.
남아 있는 단원고 학생들 뿐만 아니라 근처의 다른 학교 아이들도 오가며 늘 볼 텐데,
그 아이들에겐 너무나 잔인한 처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