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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영돈 교수님의 글입니다.
<더 큰 희생을 당한 이들을 어찌 해야 하나?>
이번 세월호의 침몰로 희생당한 아이들보다 더 큰 희생을 당한 이들은 그들의 부모와 가족들이다. 바로 자신들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이 물속에 잠겨 죽어가는 것을 열흘이 넘게 지켜보는 참담함은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고통의 극대치를 능가한 잔혹한 것이었다. 아이들의 육체가 물속에서 죽어가는 동안 부모들의 영혼은 육지에서 수십 번도 넘게 죽은 것이다. 그들은 살아있으나 더 이상 산목숨이 아니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아픔으로 그들의 심장은 싸늘하게 식었고 그들의 눈에는 눈물마저 말랐으며 혼비백산한 그들의 영혼의 세계는 산산이 무너져버렸다. 무능하고 무정한 이 정부에 대한 모든 기대와 믿음은 사라지고 이 나라에 대한 오만 정이 떨어져 이 땅에 살아야 할 의욕을 상실하였다. 더 이상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지탱할만한 정신적인 기반과 에너지가 그들 안에 남아있지 않다. 그들의 남은 생은 온통 자책과 회환과 원통함으로 점철되어 음산한 사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세월호로 인한 희생은 아이들의 죽음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다. 그로 인해 더 큰 희생을 당한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신속히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두 번의 희생을 막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나라와 정부는 물리적으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무능한 나라일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감싸는데 철저히 무능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 일이 훨씬 더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나, 살아있지만 죽어가고 있는 이들을 무심하게 방치하고 있다가 이 나라는 더 큰 참사, 정신적인 몰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 희생자들과 국민들 안에 쌓인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다소라도 해소되지 않고 응축되어 폭발하는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태수습과 정권유지를 위해 겉치레식 사과로 일관하는 냉혈적인 지도자들이 아니라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한 통한한 심정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사죄와 개혁의 의지로 상처 입은 민심을 보듬는 인간다운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 박영돈 교수(고신대학교 조직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