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35)

Views 1825 Votes 0 2014.05.19 23:30:43

 

대표기도

 

한국교회의 주일공동예배 관행에 따르면 기도 순서에 대표자가 나서서 기도를 드린다. 다른 나라의 개신교회 예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교회는 대부분이 그렇다. 그 시간은 주로 장로들이 맡는다. 안수집사가 맡는 경우도 있긴 하다.

 

나는 이런 관행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모임이라면 모르겠으나 주일공동예배에서는 곤란하다. 주일공동예배는 신학적으로 엄격한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지는 게 좋다. 그리고 옳다. 여기서 엄격하다는 말은 형식주의에 매달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소위 대표기도 시간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지 알만한 이들은 다 알 것이다. 그 순서로 인해서 예배 분위기가 다 망가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표 기도에는 문제가 많다. 어떤 이들은 그걸 일종의 종교적 권력의 기회로 삼는다.

 

신자들이 대표기도 순서에서 어떤 기도를 드리는지 잠간만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그들은 하나님을 향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향해서 기도한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부르지만 마음은 기도를 듣는 회중에게 가 있다. 회중을 설득하려고 애를 쓴다. 훈계와 계몽의 특징을 보인다. 어린이 주일학교 교사들이 어린이들 앞에서 기도드릴 때도 이런 잘못을 종종 행한다. ‘떠들지 않고 조용히 예배드리게 도와주시고...’가 누구를 향한 기도인지는 뻔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도의 내용이 사적인 차원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빈자리를 채워달라.’는 기도는 철부지 기도거나 뻔뻔한 기도다. 교회건축을 위해서, 해외 선교사들을 위해서, 주일학교 교사들과 성가대원들을 위해서도 일일이 짚어가면서 기도드린다. ‘말씀을 선포할 목사님에게도 지혜와 담력을 주셔서...’라는 기도는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담임 목사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기도드리는 교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기도는 몽땅 묶어서 개인 기도로 돌려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주일공동예배 시간에 나오면 그건 예배의 본질이 훼손되었다는 증거다.

 

한국어의 특성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잘못도 있다. 이것도 물론 개인의 대표기도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다. 장로나 집사들이 기도하면서 목사를 거론할 때 아무개 목사님이라고 존칭어를 붙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목사들이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교회 장로님들에게 큰 은총을 베푸시어...’라고 한다. 기도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존칭어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 예의범절에 목을 매는 한국의 정서에서 볼 때 그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하면 방법은 있다. 최선은 주일공동예배 때 공동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다른 모임의 경우라면 이렇게 돌려서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귀한 종을(또는 말씀 선포자를) 오늘 세우셨으니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주십시오.’

 

나는 한국교회의 평신도들 중에서 주일공동예배 시간에 건강한 기도를 드릴 수 있는 영적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생각한다. 기도꾼들은 많다. 그들은 청산유수처럼 기도를 쏟아낸다. 정형화된 기도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고, 거기에 감정까지 풍성하게 담아낸다. 그런 기도는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드리는 게 좋다. 주일공동예배의 기도는 어디까지나 공공성의 토대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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