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목사
예배 문제를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예배 행위에서 목사의 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간단히 짚겠다. 이미 앞에서 언급된 것으로 대략적인 그림은 전달되었을 것으로 본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는 하나님과 사람의 중간서 양쪽을 중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목사는 흔히 말하듯이 목자가 아니고 일반 신자들과 동일한 양이다. 목자는 예수님뿐이다.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인도하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서로의 역할을 달리하는 것뿐이다.
목사는 일반 신자와 다른 역할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례와 성찬과 설교다. 이것은 목사에게 주어진 고유한 카리스마다. 목사가 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교회의 거룩한 질서를 위해서 그것을 위탁받은 사람이다. 일반 신자들도 나름으로 각각 카리스마가 있다. 그것이 성경봉독일 수도 있고, 헌금위원일 수도 있고, 성가대일 수도 있다. 각각의 카리스마가 질서 있게 예배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목사는 자기의 고유한 카리스마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예배가 바르게 진행되게 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이것은 예배 현장에서라기보다는 예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다. 예배가 일단 시작되면 예전 순서에 따라서 진행되니까 목사가 따로 관여할 부분은 없다. 그런 예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목사는 예배 순서를 맡은 사람들을 준비시키고, 다른 일반 회중들에게도 예배에 대한 바른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목사는 먼저 예배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 예배 영성에도 보다 뛰어나야 한다.
예배를 오케스트라 연주라고 비유해보자. 현악기와 관악기와 타악기 주자들이 필요하다. 협주곡을 연주하는 경우에는 협연자도 필요하다. 모든 연주자들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지휘자다. 지휘자는 각각의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특별한 역할을 감당한다. 지휘자의 곡 해석에 따라서 연주도 달라진다. 예배와 교회 공동체에서 목사의 역할은 이런 지휘자와 비슷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휘자나 목사나 각각 자기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다른 어떤 대상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지휘자는 작품을, 목사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