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로서의 목사

 

성찬 문제를 다룰 때 언급한 것처럼 개신교 예배에서 설교의 비중이 유달리 크기 때문에 목사도 설교자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여기서 나는 설교학에 대한 종합적인 해명을 하지 않겠다. 그런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졸저 <설교란 무엇인가>(홍성사, 2011)를 참조하면 된다. 여기서는 설교행위 앞에 선 목사의 영적 실존에 대해서 내가 평소 이해하고 있는 것을 조언하겠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먼저 생각해보자. 목사에게 설교가 가능할까? 목사는 자기가 아는 것을 설교하고 있을까? 모르는 것은 설교하면 안 되나? 여기서 안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나? 하나님을 인간이 알 수 있을까? 하나님은 누군가? 하나님은 사람에게 말을 하시나? 설교행위에서 성령의 인도를 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청중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설교는 해야 하나? 대중적인 설교자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확신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작은 종교 경험을 진리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라 하더라도 설교자로서의 실존을 엄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질문을 포기하면 안 된다. 질문을 통해서만 진리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설교행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설교를 말씀 선포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설교는 하나님, 말씀, 선포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다.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려면 우선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설교자에게 닥치는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설교자는 인식 능력이 턱없이 떨어지는 사람에 불과하다. 사람이 아무리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피조물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창조자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칼 바르트는 설교자의 실존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인식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만 한다. 이게 설교자의 딜레마다. 자기가 할 수 없는(nicht können) 일을 해야만(sollen) 한다는 것이다. 설교자는 이런 딜레마를 평생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김대원

2014.07.12 11:39:56

제가 설교할때 이야기하는 하나님, 교회, 예수 그리스도, 삶, 아니면 구체적인 정치나 삶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성경적인 관점이 아닐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실 가장 부담스럽고, 설교 하는것이 너무 힘들어지게 만듭니다


설교자로써 불가지론이나 무작정 판단을 보류하자고 할수도 없고

히틀러를 지지했던 혹은 노예제를 옹호했던 그런 목회자들도 나름의 진심과 근거, 그리고 확신이 있었을꺼란

생각을 하니 정답을 확신할수 없는것을 같아 답답합니다

성도들은 구체적인 해답을 원하는것 같고...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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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4.07.12 21:57:31

김대원 님의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저에게 전달됩니다.

그게 설교자 영성의 기초입니다.

그런 답답한 심정이 있어야

설교가 두렵고 떨리는 행위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고,

더 나가서 공부해야겠다는 갈망도 나옵니다.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목사가 공부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공부하다보면

무엇을 전해야 할지가 눈에 들어올 겁니다.

내일 귀한 주일을 맞아서

귀한 예배를 잘 드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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