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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멀게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갔던 분의 다음과 같은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등반을 하다보면 정상이 가까이 온 것으로 보이다가 또 다시 멀어진다고 말이다. 이해가 간다. 모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쏟아내면서 발을 내딛고 있는 그 사람에게 정상에 빨리 오르고 싶다는 갈망은 절대적이다. 그런 심리 작용으로 인해서 정상이 어느 순간에 가깝게 보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때는 멀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요소도 있다. 거리 감각이라는 게 주변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평평한 곳에서 바라볼 때와 계곡에서 바라볼 때 다르게 느껴진다. 가깝게 보일 때는 신도 나고 힘도 나겠지만 다시 멀어질 때는 힘도 떨어지고 신도 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 경험도 이와 같다. 하나님이 늘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이게 정상적인 신앙이다. 아무리 영성이 깊은 사람이라고 해도 예외가 없다. 하나님 경험이 늘 생생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이거나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따라가다가는 둘 다 망한다. 여기서 뾰족한 해결 방법은 없다. 정상이 더 멀어진 것처럼 보여도 좌고우면 없이 발을 내딛는 산악인처럼 분명한 방향을 정해서 구도정진의 태도로 밀고 나가는 게 최선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에베레스트 정상 바로 턱밑까지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가깝게 느껴질 때의 경험 후, 그 경험이 지속되지 않을 때 참 답답하고 막막하고 그럽니다.
그래서 그 경험을 지속시키기려고 온갖 노력을 취해봐도 그게 안 되었어요.
아니, 그런 인위적인 노력 때문에 하느님이 숨어시는 거 같기도 해요.
"이게 정상적인 신앙이다."라는 말씀을 인정하고
그저 일상을 묵묵히 뚜벅뚜벅 걷는 것이 일상을 살아내는 방법이겠죠?
가깝게 느껴지든 멀게 느껴지든, 임마누엘 신앙의 자세로 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