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영혼

 

시인은 영혼의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예민하고 강력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것을 보고, 못 듣는 것을 듣는다. 주파수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이건 다른 경우에도 비슷하다. 바둑을 예로 들겠다. 바둑판은 아주 단순하다. 가로 세로 열아홉 줄로 된 모눈종이 형식으로 되어 있다. 모눈이 324개이고, 교차점이 361개다. 흑과 백으로 된 바둑돌을 한 개씩 차례대로 교차점에 놓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이 바둑판 위에 바둑의 고유한 길이 있다. 그걸 정석이라고 한다. 실제 시합에서는 정석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변형된 길이 새롭게 열린다. 아마추어들이 보는 길과 프로들이 보는 길은 비교가 안 된다. 프로들의 주파수가 훨씬 예민하고 강력해서 이들의 수()를 아마추어들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시편 23편을 다시 보자. 그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고 노래했다. 여호와를 자신의 존재 근거로 인식한 것이다. 이런 인식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건 아니다. 이건 영혼의 깊이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가능한 고백이다. 자기도 하나님을 그렇게 인식하고 믿는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목사는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게 지금까지 학습된 것에 불과하지 자신의 영혼이 거기에 몰입되는 경험은 아닐 수도 있다. 학습된 것, 더 정확하게 말해서 길들여진 것과 영혼의 깊이에서 깨우친 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교회가 제공해주는 각종 언어를 세련되게 구사하고 종교의식을 열정적으로 수행할 줄 안다고 해서 그의 영혼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무조건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성서기자들의 영혼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압도적인 힘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지배받지 않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압도적인 힘이 손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게 자칫하면 신경과민이라는 병적 현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귀신에 사로잡힌 현상과도 비슷하다. 압도적인 힘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그래서 양날의 칼처럼 위험하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한쪽은 생명을 풍요롭게 하고, 다른 한쪽은 생명을 파괴한다. 성서기자들의 영혼은 성령의 압도적인 능력으로 인해서 생명의 풍요로움으로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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