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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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쯤에 매우 충격적인(?)
경험을 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레코드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그 레코드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사로잡혀서
지나가던 길을 멈추고 그 음악이 끝날 때까지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음악은 바로 정지용 시인의 시에 대중음악 작곡가인 김희갑 선생이
곡을 붙이시고 대중가수 이동원 씨와 성악가 테너 박인수 교수님이
듀엣으로 불러 화제가 된 '향수'라는 노래였습니다.
그 노래가 발표된 지 몇 년 후에 제가 그 학교 앞 레코드가게에서
노래를 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경험은 참으로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제 영혼의 지진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아니! 세상에!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와 클래식 성악을 하는 성악가가 함께 노래를 부르다니!"
그 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세계를 만난 것이지요.
저는 그 때까지 '향수'라는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더 좋은 음악이나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제 생애 처음으로 '최고의 음악', '최고의 노래'를 그 때 들었던 것입니다.
제가 그 노래를 듣고 나서 들었던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이렇습니다.
"그래! 음악은 바로 이런 거야. 진정한 음악은 바로 이 거야. 이런 음악이 진짜 음악이야."
테너 박인수 교수님은 가수 이동원 씨와 함께 그 노래를 발표하시고 나서
클래식계로부터, 좀 원색적으로 표현해서 "옥을 바가지로" 드셨습니다.
박 교수님이 소속되어 있었던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도 '축출'되셨지요.
국내 클래식계의 논리는 한마디로 "박인수가 클래식을 모독했다, 순수음악을 타락시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었었죠.
박인수 교수님이 심적으로 많이 고통스러우셨을 겁니다.
그런데 일반 대중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테너 박인수라는 음악가에게 열렬한 박수와 지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향수'는 '국민가요'가 되었습니다.
그 노래가 실린 음반이 많이 판매되었고 많은 국민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 풍파가 한바탕 지나가고 난 뒤에 박인수 교수님이 방송에서 이런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본래 대중음악에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클래식 음악도 옛날에는 다 대중음악이었다.
클래식음악은 고상한 음악이고 대중음악은 나쁜 음악, 질이 떨어지는 음악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고정관념이다. 음악은 순수음악이냐 대중음악이냐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순수음악이든 대중음악이든 사람이 들었을 때 좋고 감동적인 음악이면 좋은 음악인 거지 좋은 음악, 고상한 음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크로스오버'는 이미 카루소, 도밍고, 파바로티 같은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시작한 것이다."
테너 박인수라는 한 음악가가 이렇게 말한 것에 대해서 찬반 양론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클래식음악을 즐겨 들으시고 대중음악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은
박인수 교수의 말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으실 것이고 대체적으로 대중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 말에 동의하고 찬성하실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생각은 어차피 각자 자유지요.
저를 아시는 분들은 - 주로 대구샘터교회 교우님들 - 아마도
저 같은 사람은 대중음악보다는 순수음악, 클래식음악을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제 예상이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저도 테너 박인수 교수님과 기본적으로 생각이 같습니다.
저는 '클래식-좋은 음악, 대중음악-나쁜 음악'이라는 이분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클래식음악은 무조건 고상한 음악이다."라는 생각에도 별로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고 그와 동시에
"대중음악이야말로 클래식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전정한 음악, 최고의 음악"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음악의 뿌리는 같다,
장르는 달라도 음악의 본질은 같다,
클래식과 팝음악도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은 같은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여러분이 보실 땐 특이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예술성'과 '대중성'은 마치 동전의 앞면, 뒷면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성이 결여된 대중성이란 것도 있을 수 없는 것이고 또 대중성이 결여된 예술성이란 것도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 물론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 예술성과 대중성은
얼마든지 양립 가능한 것입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은 도저히 양립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별로 동감하지 않습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그 생각이 틀린 생각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것과 관점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예술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대중적'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 그 자체가
예술적이기도 하고 대중적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예술작품입니다.
산도 바다도 강도 나무도 꽃도 동물과 식물도
모든 것들이 참으로 우아하고 정교한 예술작품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를 개방하는
대중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클래식을 좋아하고 그것만 즐겨 듣는 사람은
앞으로도 클래식만 즐겨 들으면서 살아도 무방합니다.
대중음악을 좋아하고 그것만 즐겨 듣는 사람은
앞으로도 대중음악만 즐겨 들으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향수'와 같은 크로스오버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고 누려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음악을 일일이 다 '크로스오버'할 필요도 없습니다.
'순수음악'은 제 갈 길 열심히 가면 되고
'대중음악은 제 갈 길 열심히 가면 됩니다.
그리고 사실 순수음악은 그 나름대로의 특징과 개성과 매력이 있고
대중음악도 그 나름대로의 특징과 개성과 매력이 있습니다.
대중음악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순수음악보다 더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을 많이 따질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 볼 때,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을 무조건 '똑같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경계선에 서서
예술성에 얽매이지도 않고 대중성에 얽매이지도 않는
그런 음악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의 바람이 있습니다.
예술성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도 않고
대중성이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항상 그 둘의 경계선에 서서
자유자재로 그 두 영역을 왔다갔다 하며
음악이 인간 삶에 주는 아름답고 무한한 감동을 느끼고 누리면서 살고 싶은 것입니다.
최근에는 클래식을 전업으로 하는 성악가가 되기보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게 더 제 적성에 잘 맞고 제 영혼이 풍요로워지는데도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에서 트로트까지 - 팝, 발라드, 포크, 뮤지컬, 동요, 가곡, 국악, 민요 등등을 포함 - 다르게 말하자면
'그리운 금강산에서 눈물 젖은 두만강까지', '베토벤에서 나훈아까지' 자유자재로 종횡무진 누비고
또 누리면서 최대한 기쁘고 즐겁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인생이 쉽고 편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꼭 쉽고 편안하다고 즐거운 인생이고
어렵고 힘들다고 불행한 인생인 것은 아니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어렵고 힘들고 고달프다 하더라도 묵묵히 그 길을 가고자 합니다.
물론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지요.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
좋은 꿈이 깊이 영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