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란 무엇인가?
목회 현장을 직접 말하기 전에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게 좋겠다. 목회도 결국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이고, 그 행위는 교회의 본질로부터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에 등장한 교회를 잘 알고 있지만 처음에는 교회가 당연한 게 아니었다. 교회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예수님이 교회를 설립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교회가 설립되는 걸 원하셨을까?
마 16:13-20절에는 예수님을 향해서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하는 베드로의 그 유명한 신앙고백이 나온다. 이 신앙고백은 복음의 초석이다. 이 말을 듣고 예수님은 마 16:18,19절에서 베드로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다.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로마가톨릭교회는 이 구절에 근거해서 제1대 교황이 바로 베드로라고 주장한다. 교황의 권위는 천국 열쇠에 달려 있다. 만약 이 구절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가톨릭교회의 교황론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개신교회는 이 구절을 다르게 해석한다. 예수님이 베드로라는 한 자연인을 교회의 토대로 삼은 게 아니라 그의 신앙고백을 교회의 토대로 삼았다고 말이다. 어쨌든지 가톨릭이나 개신교회나 모두 예수님이 교회를 세웠거나, 세우려 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옳은가?
이 구절에 근거해서 예수님을 교회 설립자로 보거나 교회가 설립되는 걸 원하신 분이라고 보는 건 옳지 않다.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전하는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은 교회 설립 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마태복음 기자가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교회설립 전승을 하나로 묶은 데에는 베드로의 권위를 부각시키려는 편집의도가 작용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 문제를 주석적 논의로 끌고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니까 이런 정도로 정리하는 게 좋겠다. 예수님과 교회설립을 직접 연결시킬 수 없다고 말이다.
파란하늘 님,
좋은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1)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이
모두 예수님 자신이 말씀한 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직접 하신 말씀도 있지요.
그걸 일일이 구분하는 일은 신학 전문가들에게나 필요하지
일반 신자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2) 복음서의 내용은 모두 기억과 전승에 의한 것입니다.
네 복음서가 같은 사건을 다르게 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 있습니다.
따라서 복음서를 읽을 때는
그것을 기록한 사람의 입장에서 읽어야 합니다.
3) 교회라는 단어가 신약성서에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대목과 편지에서 한두 군데만 나옵니다.
신약성서가 기록되던 시기에는 교회가 정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교회는 역사가 한참 흐른 뒤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거지요.
물론 기독교적 성격을 지닌 공동체는 있었지요.
4) 복음서 전체를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은
교회라는 조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만 관심이 있으셨습니다.
5) 예수님을 비롯해서 초기 공동체는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교회같은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6) 오늘 쓴 '예루살렘 교회' 항목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주일을 맞으세요.
지금 또다른 님은 '텍스트'의 고유한 세계로
천천히 들어가는 중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다 따라잡을 수 없는 사연들이
우리와는 다른 글쓰기 방식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거든요.
때로는 네러티브로, 때로는 신화로, 때로는 소설로,
또는 역사나 연대기로, 또는 묵시문학이나 시로 기록되었지요.
성서 밖에서 일어난 이야기도 많아요.
다른 민족들의 이야기도 있고,
자연과학이나 지리학 등의 이야기도 분명히 있어요.
그 모든 걸 가리켜 歷史(Geschichte)라고 합니다.
지난 주말에 돌아가신 판넨네베르크 선생의 주장에 따르면
하나님은 그 역사로서 자기를 계시합니다.